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 하루 만에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부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서울대학교에 게시됐다.
28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게시된 정 변호사 관련 대자보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자신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22학번’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정순신 아들은 현재 서울대 ○○과에 재학 중으로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A씨는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의 3만 수사 경찰을 총지휘하는 자리”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 중요한 자리에 다시 한번 검찰 출신 정순신을 임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학교 폭력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정순신 아들이 고교 시절 피해자를 극단적 선택 시도에 이르게 할 만큼 심각한 학교 폭력 가해자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교 폭력 가해자 부모. 국수본 수장 임명, 불공정·비상식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가 재학 중인 서울대에는 이 대자보뿐만 아니라 항의 전화도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SNS와 서울대생들이 이용하는 에브리타임, 스누라이프 등 각종 커뮤니티에는 정씨를 향한 비판과 함께 징계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또 아빠 찬스” “피해자만 눈물 흘리는 세상” “퇴학시켜라” “정 변호사 아들은 학폭을 하고 아빠 찬스로 방어해서 서울대까지 갔는데 피해자만 병원신세” “박탈감 든다” 등 반응을 보였다.
정 변호사 부자에 대한 분노 여론이 높아지는 것은 학교폭력(학폭)의 사회적 심각성에 넓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과거 폭행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들은 방송이나 팀에서 그대로 퇴출당할 정도로 학폭은 국민 역린으로 꼽힌다.
특히 징계를 면해보려고 부모 찬스를 동원한 점도 공정성에 민감한 2030들의 원성을 샀다.
앞서 정씨는 고등학생 1학년이던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동급생 A씨를 상대로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정씨의 상습적 언어 폭력으로 극단적인 시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신고로 학교폭력 사실을 조사하던 학교 측은 추가 피해자 1명을 파악하고 2018년 3월 정씨에게 전학 처분을 내렸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던 정 변호사는 아들 징계를 취소하려 행정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정씨는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패소할 때까지 해당 학교를 약 1년간 더 다닐 수 있었다. 이후 그는 2020년 수능 성적 100%를 반영하는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정시 합격자의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감점하는 절차가 서울대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정씨가 감점받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