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목소리 ‘실종’…네거티브로 얼룩진 청년최고위 선거

정책·목소리 ‘실종’…네거티브로 얼룩진 청년최고위 선거

與 익명 의원들 “바람직하지 못한 선거”
정치 평론가들 “청년정치 한계 보여줘”

기사승인 2023-03-09 13:35:31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 사진은 왼쪽부터 김가람, 김정식, 이기인, 장예찬 후보.   사진=윤상호 기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과반이 넘는 55.1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선 장 청년 최고위원과 이기인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로 청년 목소리 대변과 정책 비전 제시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당대회 투표율은 최종 55.10%로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당원 투표율(45.36%)을 상회했다. 흥행 면에선 성공을 거뒀지만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 개인의 색깔이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청년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시 후보였던 장 청년 최고위원의 웹소설 및 과거 발언 논란과 이 후보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에 대한 비난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방전은 전당대회 투표 직전까지 계속됐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 정견발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적하는 취지의 발언과 이준석 전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 등을 거론하며 장 청년 최고위원을 공격했다.

그는 “어쩌다 개혁을 말했던 걸출한 청년 보수논객은 눈과 귀를 가리는 자들에겐 입을 닫고 개혁을 부르짖는 이들에겐 ‘부끄러운 줄 알라’며 호통 치는 정치인으로 변했냐”고 질타했다.

이 후보는 이후 백브리핑에서 “장 후보가 야설 논란을 일으킨 웹소설에 대해 아무런 문제없다고 했다가 소설 속 연예인 이름과 내용을 바꿨는데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며 “당원들이 가려주지 않으면 총선리스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청년 최고위원은 천아용인을 공격하며 이 후보에 맞섰다. 그는 “겉으로는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우고 안으로는 이준석과 아바타들을 혼내주고 돌아왔다”며 이 후보를 ‘이준석 아바타’에 빗대었다.

그러면서 “이준석처럼 비트코인으로 떼돈을 벌지도 않았고 이준석 아바타들처럼 부모님 돈으로 정치하며 호의호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청년 최고위원은 출마선언 이후 지속적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대립각을 내세웠다.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 전 대표와 추구하는 청년정치가 다르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장 청년 최고위원의 웹소설 ‘강남화타’가 논란이 되자 이를 집중공격 했다. 묘재라는 필명의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던 장 청년 최고위원은 해당 특정 연예인의 본명을 언급하며 성적 대상화 했다는 논란에 불거졌다. 이에 이 후보는 해당 웹소설은 해외에서도 음란 팬픽으로 규정돼 보도되고 있기에 전당대회가 끝난 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같은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마타도어를 하지 않고 정책과 당의 방향,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가 가장 바람직한 선거다”라며 “서로를 향한 비방이 누구부터 시작됐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싸움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 역시 쿠키뉴스에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청년 최고위원으로 자신의 소신을 얘기해야 하는데 초반부터 (친윤과 천아용인으로) 구도가 잡히면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 정책과 비전이 없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황장수 정치 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은 자리에 맞는 차별성을 부각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청년의 사회문제나 주거 문제 등으로 다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도 “조금 더 청년 정책을 놓고 대립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이건 국민의힘 청년 정치 수준의 한계다. 그걸 이번에 여실히 보여준 거 같다”고 비판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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