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를 대표하는 경영인이기 이전에 한 아이 엄마다.
16일 오후 서울 대치동 모 카페에서 이 사장을 우연히 만났다. 이 사장은 이날 오전 주주총회를 마치고 자녀가 재학 중인 고교에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서 입었던 검은 옷차림과 금색 귀걸이를 한 그대로였다. 작은 핸드백엔 ‘학사길라잡이’라고 적힌 책자가 꽂혀있었다.
이 사장은 동행인과 40분가량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이 사장은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소리 내며 웃었다. 표정이 풍부했고, 마주 앉은 이와 오래 알고 지낸 듯 어깨에 자연스레 손을 얹기도 했다.
이 사장은 중간 중간 휴대폰을 썼다. 모델은 갤럭시 Z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이었다.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서도 실내가 추웠는지 손난로를 쥐고 있었다.
이 사장 테이블엔 세 사람이 있었다. 소음이 심해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이 시장에게서 ‘공인’ 혹은 ‘재벌’ 이미지를 찾을 수 없었다. 한가로이 오후를 보내는 영락없는 학부모였다.
동석인은 “(이사장과) 자주 모이진 않는다. 오늘 (학교에서) 총회에 참석했다. 학교 총회는 다 비슷하다. 학사일정을 알려주니까”라며 “(이 사장이) 학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총회에 잘 참여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오후 4시 28분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 사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카페에 자주 오느냐’는 물음에 이 사장은 “오늘 학교 행사가 있었다. (올해) 첫 행사여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 사장은 연임 소감을 묻자 답변 대신 명함을 한 장 받아갔다. 그리고 ‘오늘처럼 학부모를 자주 만나고, 학교행사에 참여하느냐’고 물으니 “말씀을 많이 못 드려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이 사장은 이후에도 홍보실을 통해 사과를 전했다.
이 사장은 지인 혹은 수행원과 팔짱을 끼고 유유히 사라졌다. 관용차가 대기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사장은 대치동 거리를 그냥 걸어서 갔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깊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봤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