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배달·가사·돌봄 정부가 외면”

‘사각지대’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배달·가사·돌봄 정부가 외면”

기사승인 2023-03-30 09:00:02
연합뉴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권익보호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노동자들은 직종별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사회 안전망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는 지난 28일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집담회’를 열었다. 고용복지제도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이 직종별 주요 현안과 과제를 공유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집담회에는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가사·돌봄종사자, 프리랜서 종사자 등 노동자 수십여명이 참석했다. 

먼저 플랫폼배달지부는 라이더안전교육이 상당 부분 법적인 의무 때문에 시행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많다고 지적했다.

선동영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플랫폼배달지부장은 “지자체와 도로교통공단 등 노동단체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더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배달 라이더 참여가 배제돼 있다”면서 “각 주체들의 안전교육을 상향 표준화시키고 교육설계에서부터 시행까지 현장 배달라이더들이 직접 참여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과 지자체, 노동조직의 상시 협의체를 만들어 라이더 안전교육의 일상화를 꾀하고, 안전교육을 의무화함과 동시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 또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배달지부는 배달라이더들이 오토바이구매, 보험료, 유류비 등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 지부장은 “보험료는 현재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라이더 공제를 통해 어느 정도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유류비의 경우 배달라이더의 소화물 운송을 필수노동으로 규정해 지금의 화물차처럼 유류비 공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 공동구매와 관련해선 서울시 정책에 따라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토바이제작공급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는 한편 구매비용 일부를 시에 지원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업 배달용 이륜차 3만5000대를 100%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 지부장은 라이더 생계와 노동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배달 수수료 책정, 콜배정 시스템의 제도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선 지부장은 “배달 수수료를 좌우하는 게 수수료 단가와 콜 배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민관협력 자율 규제를 논의 중인데 4-5개월 지났지만 제자리인 상태”라며 “법제화라는 힘을 가진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자율 핑계만 대고 있다. 참여 기업들도 각 사마다 입장 차가 뚜렷해 기업단협에서 다루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배달라이더들의 업무환경을 고려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라이더들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정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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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은 사회 안전망 구축 및 산업보건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국 한국플랫폼운전자노조 위원장은 “카카오나 티맵 등 플랫폼 기업들이 비용 문제 등으로 산업보건 체계를 회피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강제하기 쉽지 않다. 기업이 책무를 회피하기 때문에 정책 실현을 위한 접근성도 현저히 낮다”며 “대기업 대부분이 노동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건강, 교육, 여가 등 지원체계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대표적 직군이다. 특히 여성 프리랜서의 경우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양육 문제로 돌봄 시장에서도 소외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여도 프리랜서는 돌봄교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도 있는 것. 열악한 노동 환경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임병덕 씨앤 프리랜서협동조합 이사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정의하는 거지 노동자를 정의하는 법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못하는 노동자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국세청 거주자의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 현황에 따르면 프리랜서는 787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8년과 대비해 2.76배 증가한 수치다. 또 원천징수액 123조를 1인당 평균 소득으로 나누면 약 1565만원으로 나타났다.

임 이사는 근로기준법 강화에 적극 찬성한다며 프리랜서를 끌어안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프리랜서를 노동자로 인정해 맞벌이 부부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는 가사근로자법의 활성화를 우선 현안으로 제시했다.

가사돌봄서비스지부에 따르면 가사노동자 제공 기관은 36곳이며 고용자는 약 400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가사노동자는 산재보험, 전국민고용보험, 산업안전보건, 근로자복지 등에서 제외돼 있다. 지부는 확대되는 노동자 보호정책에 가사노동자를 포함시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력 도입 문제도 중요 과제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관련한 시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한국어 능력이 검증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의 인력 공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이고, 진짜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확인할 것”이라며 “이용자 비용부담에 관해서는 전국민 대상의 가사바우처를 도입해야 한다. 시범사업의 경우 가사근로자법을 적용하고 비영리 제공기관을 통해 실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별로 흩어져 있는 가사노동자를 모아 조직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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