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챗 GPT’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도 AI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및 서비스 강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AI 기술 자체가 마케팅 소구 포인트가 되지 않도록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국내 최초로 4월 이달의 맛 아이스크림 출시를 기념해 챗GPT를 활용한 광고 영상을 제작해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했다. 챗GPT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다. SPC는 챗GPT에 일본 애니메이션 기업 산리오의 캐릭터인 '마이멜로디'와 '쿠로미'가 주인공인 동화 초안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결과값을 각색해 '원스 스푼 어 타임: 복숭아 원정대와 용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광고에서 마이멜로디와 쿠로미는 배스킨라빈스 성을 지키는 용을 설득한다. 마법의 복숭아 아이스크림을 얻어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내용의 이 광고는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54만회를 넘겼다. 내레이션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맡았다.
GS리테일의 GS25는 ‘챗GPT’를 테마로 한 ‘편GPT’ 예능 콘텐츠를 선보인다. ‘편GPT-편쪽이’는 AI 캐릭터 ‘편쪽이’가 일상의 궁금함 또는 소소한 질문에 대해 알파 세대 특유의 말투로 재치 있게 답을 내려주는 방식의 콘텐츠다.
‘편쪽이’의 답변은 실제로 챗GPT에 GS25 관련 내용을 물어봤을 때 나오는 주요 정보를 각색해 활용된다. GS25는 특히 편의점 인기 상품, 차별화 서비스 등의 정보와 긴밀히 연계된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재미 요소와 더불어 마케팅 효과까지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편GPT-편쪽이’ 숏츠 콘텐츠를 통해 주요 신상품 론칭 정보를 우선 제공하는 등 편의점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 마케팅의 킬러 콘텐츠로 집중 육성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정표 GS리테일 플랫폼마케팅부문 부문장은 “업계를 리딩하는 마케팅 트랜스포머답게 가장 먼저 챗GPT를 테마로 한 차별화된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를 선보이게 됐다”며 “유튜브 등 SNS 채널과 함께 우리동네GS 앱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O4O리테일 마케팅을 업계 선도적으로 지속 선보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가 아니더라도 유통업계에서는 너도나도 앞다퉈 AI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고 있다. CJ는 지난 3월 ‘성향맞춤 AI 카피라이터’를 개발, 실제 업무에 도입했다. CJ AI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해당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프로모션 정보만 입력하면 마케팅 캠페인에서 사용할 카피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 고객의 성향에 최적화된 문구를 생성해 준다.
현대백화점도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루이스’는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본 엔진을 사용한다. 하이퍼클로바는 미국 오픈AI사의 챗 GPT-3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해 우리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구사하는 초대규모 AI로 알려졌다.
루이스는 최근 3년간 사용한 광고 카피, 판촉행사에서 쓴 문구 등에서 고객 호응을 얻었던 데이터 1만여 건을 집중적으로 학습해, 1차 카피를 도출하는 데 통상 2주 가량 걸리던 업무시간이 평균 3~4시간 내로 줄어 카피라이팅 관련 업무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G마켓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홈 전면에 AI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한다.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고객이 최근 구입하거나 구경한 상품들, 검색 빈도, 특정 상품페이지 체류 시간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 현재는 베타 버전이지만 연내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AI 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물류 및 배송 서비스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e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KT가 모빌리티 빅데이터와 AI 기반 최적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리스포’를 적용, 배송차량의 운행거리는 최대 22%, 운행시간은 최대 11%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22%로 절감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챗GPT와 같은 AI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면서도 “지난해 한 차례 엔데믹과 함께 성수에서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가 업계 내에서 성행했던 만큼 우후죽순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기술을 활용하되 이 기술 자체가 마케팅 소구 포인트가 되지 않도록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AI기술은 이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로써 기능하지 그 자체로서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