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아직 비싼 원인은 시차?”…유통단계 줄이는 대형마트

“한우 아직 비싼 원인은 시차?”…유통단계 줄이는 대형마트

소비자 가격 체감도 낮아…복잡한 유통구조 원인
대형마트, 바이어 경매 참여·직거래 통해 경쟁력 확보
“유통 단계 축소돼도 마진 구조 체계 바뀌어야”

기사승인 2023-04-24 06:00:02
사진=김한나 기자

“한우 할인행사를 하고 안하고의 가격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워낙 한우값이 비싸서 세일을 해도 와닿지는 않네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는 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한우 판매 코너에서 만난 가정주부 이 모씨(40대·여)는 부위별 가격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한우 전 품목은 부위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대 50% 할인 행사 중이었다. 

이씨는 “할인율이 높긴 하지만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이 되는지 의문이다. 국물 요리할 때 국거리용으로 한우를 구매하는 편인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국거리가 아닌 구이용은 대량으로 사야 하니까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사먹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마트를 방문한 50대 장 모씨도 “반짝 할인하는 행사가 도움이 되나 싶다. 소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든다”고 토로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소값이 크게 폭락하면서 한우 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축산 농가들은 경영난으로 잇따라 폐업을 하며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한우 산지가격과 도매 가격이 급락하면서 농가들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은 “소값은 떨어지는데 소고기값은 그대로”라며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소비자 가격이 예전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국 한우 사육 마릿수는 360만9000마리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한우 산지가격은 물론 도매가격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3월 한우동향분석’에 따르면 2월 큰 소(600㎏) 산지가격은 암소의 경우 448만7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7% 하락했다. 도매가격 역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2월 1등급 기준 한우 도매가격은 1kg당 1만6005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이처럼 산지 가격과 한우 도매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그 원인은 복잡한 유통구조에 있다. 통상 한우의 유통 과정은 최소 6개의 경로를 거쳐야 한다. 우시장·도축장·경매·가공장·도매상·소매상 등을 통해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구조다. 도축하는 과정에서 부위별 포장 등으로 인해 인건비와 물류비 등의 비용이 추가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중간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를 가공, 숙성, 유통 시키는데 시차가 발생한다 쳐도 2주~1달이 걸린다. 도매값이 20% 정도 떨어졌는데 소비자 가격은 10% 밖에 떨어지지 않은 수준”이라며 “유통 단계에 따른 가격 상승도 일부는 맞을 수 있다. 고품질 한우가 신선하게 제공되기 위해선 도축, 배송 등 각자 단계별 역할이 있는데 유통 단계 상 불가피하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우가격이 고공행진 했을 때 소매가격이 정착된 탓도 있다. 납품가격이 낮아졌다고 해도 금리는 물론 전기·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할인 판매의 경우 마트에선 한우를 미끼 상품으로 다른 상품도 같이 판매하는 측면으로 활용해 매출을 올리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 업계도 중간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를 테면 직거래를 활성화하거나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하는 식이다.

이마트는 지역 내 우수 축협과 직거래를 하고, 직영센터인 미트센터에서 한우 가공작업을 직접 진행하며 제조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한우 물량에 따라 주차별 20~30%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롯데마트도 한우 MD들이 지역 축산물 공판장의 한우 직경매에 참여해 고품질 한우를 엄선하고 있다. 아울러 신선품질혁신센터의 운영으로 7-8단계에 달하는 중간 유통 과정을 축소해 한우의 맛과 신선도,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협력사와 협의를 통해 사전에 한우 물량을 대량으로 비축해 판매하고 있다. 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한우협회 등과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해 합리적인 가격에 한우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은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해외 직소싱 물량을 대량 구매해 가격 거품을 빼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영리 목적의 대형마트의 마진 구조의 체계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학과 교수는 “마트의 경우 비싸게 팔았다가 원가를 부담하고 나면 다시 30~50% 할인해서 떨이로 파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물가가 오르고 원가 상승 압박까지 더해 소비자 할인 가격이 반영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사실상 소비자가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채널이 농축협 밖에 없다. 저비용 구조로 판매 되는 농축협의 경우 공익적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지역 일부에서만 직매입이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유통단계가 축소됐다고 해도 공기업의 직거래 개념이기 때문에 경직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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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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