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남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 정문경 이준현)는 남편 이모씨가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교보생명보험이 A씨에게 2억3000만원, A씨의 딸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8월23일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동승했던 임신 7개월 아내(당시 24세)가 숨졌다.
사고 이후 검찰은 이씨가 2008~2014년 아내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한 보험 25건에 가입한 점 등을 들어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가 가입한 보험금은 총 원금만 95억원이며 지연 이자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 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살인·사기 등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2021년 3월 금고 2년형을 확정했다.
A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의 1·2심 재판부 역시 “이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 계약을 맺었다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배우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A씨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고,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은 패소했다. 1심 판단이 내려진 사건 대다수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만 항소하지 않아 A씨의 승소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