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장주라 불리던 이마트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어닝 쇼크’의 실적을 기록한 것에 기인한다. 2분기 전망도 여전히 '먹구름'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성장률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성공 여부가 실적 반등에 햇살이 될지 주목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이마트 주가는 연초 종가(9만4800원, 1월2일) 대비 12% 감소한 8만3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11년 9월29일 종가인 32만4000원과 비교하면 무려 74%나 급락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10월11일 장 중 역대 최저가인 8만15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마트는 올해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앞서 확인했듯이 이마트 주가 흐름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이 원인이다.
이마트는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4% 감소한 13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사장 예상치인 737억원을 크게 하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9% 증가한 7조1354억원이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99.7% 급감한 27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적 하회의 주된 요인은 전년 동기 대비 3일 적었던 공휴일 영향이다. 더불어 연수점과 킨텍스점 등 리뉴얼 점포 공사 조기 착수, SCK컴퍼니의 원가 부담 영향 지속, 코로나19 시기 성장에 대한 역기저효과, 장바구니 부담 상승 등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마트는 쿠팡에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내어줬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쿠팡의 실적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7조3390억원(58억53만달러, 환율 1275.58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362억원(1억677만달러)으로 확인됐다. 이마트를 제친 호실적을 선보인 셈이다.
미국의 월마트와 비교해도 이마트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 월마트가 발표한 올해 1분기 매출은 1523억 달러다. 시장 예상치인 1478억달러를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주당순이익(EPS)도 1.47달러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에 월마트는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3.5%로 상향했다.
이들은 모두 대형 유통주로 분류된다. 그러나 명확한 실적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결국 '온라인 사업' 부문이 원인이다. 양사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월마트는 1분기 온라인 매출이 27% 증가했다. 이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실제 매장에서 픽업하는 시스템 등을 개발한 영향이다. 월마트는 미국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아마존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인 SSG닷컴과 G마켓의 1분기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9%, 4.2% 줄었다. 영업손실도 156억원과 109억원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서 매출 점유율이 뒤떨어진 것이다.
실전 개선이 필요한 이마트는 오는 2분기 전망도 여전히 ‘먹구름’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성장률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사업 구조상 주당순이익(EPS) 감소가 불가피하다. 온라인 사업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무형자산 상각비와 이자비용, 임차료 등 구조적인 비용 증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할인점 성장에 대한 방향성도 불명확해진 상태”라며 “소비 위축에 따른 구매단가 하락 가능성과 PP센터 비중 축소 등으로 당분간 성장률 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가 오는 2분기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2분기 실적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상대적으로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간이기 때문이다”며 “1분기 대비 영업환경이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지만 실적 반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중 이마트의 실적 반등을 전망한다. 이를 통한 주가 회복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이달 7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SSG닷컴과 G마켓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혜택이 추가된 통합 유료 멤버십이다. 이는 플랫폼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로 계열사 간 동반 실적 상승을 꾀할 수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기존 온라인 유료 멤버십 서비스에 오프라인 핵심 계열사의 혜택까지 더한 새로운 형태의 멤버십을 출시한다”며 “할인점 실적 반등과 함께 유료 멤버십 성과가 나타나면서 이마트 주가는 오는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