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에 대해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검거되지 않았다면 피해자인 양 그 집에서 생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정유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또 다른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가 혼자 사는 여자였고, 피해자 집이 당분간 빈 상태”라며 “피해자의 휴대전화나 주민등록증 등을 정유정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검거되지 않았으면 그 피해자인 양 일정 기간 그 집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돌아가신 피해자를 가장해서 정유정이 거기 산다는 의미냐’고 묻자, 이 교수는 “그랬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의 신원으로 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문제는 그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 연유가 무엇이냐다.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숙제”라고 덧붙였다.
정유정이 온라인 과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을 두고는 “일반 사이코패스들과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평상시에 동경하던 대상을 굳이 찾아 피해자로 물색했다는 점을 보면, 정유정이 일반 연쇄 살인범들과 다른 차원의 욕구를 지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 사람이 선택한 피해자는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자기가 되고 싶었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을 피해자로 선택했고 그 사람을 마지막까지 기망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교복까지 중고로 사서 입고 갔다. 이런 점은 좀 특이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교복은 혈흔이 쉽게 묻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유발하는 의복이다. 어떻게 보면 유용하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지금 이 사람의 욕구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은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담아 풀숲으로 가는 정씨의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정씨는 첫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나에게 피해자로 살게 해 줄 테니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고 거짓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지난달 31일 “관심이 많아 범죄 수사물을 TV 등에서 즐겨 보며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 경찰에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