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0·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한다.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프랑스를 방문해 유치 활동에 직접 뛰어든다. 한국의 뜻밖에 선전에 사우디가 당황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아랍뉴스 등 사우디 언론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로 출발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파리 방문의 주요 목적은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가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도록 외교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유치전에 매우 급박해졌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도 오는 20~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파리 방문 때 BIE 총회 및 4차 프레젠테이션 등에 참석한다. 20일에 경쟁국의 프레젠테이션(PT)이 예정돼있다.
현재 2030년 엑스포 유치를 희망하는 곳은 부산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다. 이 중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말 BIE 정기총회에서 171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오는 11월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이번 총회가 사실상 지지국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물론 사우디도 프랑스 현지에서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선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유치 성공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엑스포 유치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는 1년가량 유치전에 먼저 나서면서 한국보다 우위에 섰다고 자체 판단했지만, 최근 들어 한국이 거의 따라 잡았거나 역전됐다는 국제 여론에 매우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사우디를 역전한 1차 ‘터닝 포인트’는 지난 3차PT였다. 이후 BIE실사단의 실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엑스포 유치에 대한 성공적 기류에 안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대통령실과 유치위, 경제계, 부산시 등의 종합적 활동이 한국의 유치에 대한 관심 여론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경험 없는 사우디의 일시적인 자본투자를 받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경험과 노하우, 축적된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국제여론이 한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우디의 투자 자금을 받거나 사우디를 지지 선언한 국가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금전적 도움은 사우디로부터 받더라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에 표를 던지는 게 옳다고 판단한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사우디도 이같은 점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유치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는 BIE 사무국에 비밀 투표를 폐지하고 공개투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비밀투표를 유지하되, 인증 사진을 허용해달라는 제안도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빈살만의 파리행에 각료들을 대거 동원한 점도 빈살만의 초조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엑스포 유치위 관계자는 “돈과 투자는 사우디로부터 받고 표는 한국을 찍겠다는 나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유는 한국의 매력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