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 전세 보증금 302조… 국민 재산 지킬 수 있을까

올해 만기 전세 보증금 302조… 국민 재산 지킬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3-06-28 19:44:58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역전세 등 전세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 개선’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빌라왕 사태, 깡통전세, 역전세난 등 계속되는 전세 피해에 세입자와 집주인이 고통받고 있다. 오는 하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전세 거래의 보증금 총액은 150조원, 1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 보증금은 302조원이 넘는다. 전문가들과 공인중개사들은 전세 피해를 막기 위해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역전세 등 전세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와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중개업 종사자 등 청중 30여 명 가량도 함께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수흥 의원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 역전세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300조 원에 달하는 국민 재산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3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 보증금은 288조8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세 가격 하락으로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도 24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전세 임대 가구의 약 4.1~7.1%는 추가 대출을 하더라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역전세 문제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학환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전국임대인연합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역전세가 발생할 경우 임차인에게 반환해 줄 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임대인 약 20%가 ‘파산 신청’이라고 답했다”면서 “역전세는 선량한 임대인을 빌라왕으로, 임차인은 전세 사기 피해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주택 거래 활성화가 근본적인 답”이라고 하자, 청중들은 “맞다”라며 호응했다. 

김 회장은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부동산시장 친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거래상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 물량을 조정해야 하고, 임차인의 차액은 전세보증금반환 대출을 해 줘야 한다”며 “정치권은 임대인의 도덕적 해이 문제 등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택과 전세 가격 폭등 때마다 공인중개사의 중개보수체계를 개편했다”며 “정부가 집값 상승 고통을 중개업계에 전가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장은 “전세 사기에 가담한 건 수도권 6만5000여 명 중 0.38%에 해당하는 일부 중개사들이지만, 언론은 모든 공인중개사들이 가담한 것처럼 보도한다”며 “공인중개사만의 책임론은 정확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 정치권, 공인중개사 등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개별 공인중개사를 넘어 복잡하고 다양한 부동산 시장과 중개업의 구조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역전세 등 전세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 개선’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예솔 기자

이날 토론에서는 추가 전세 피해 방지를 위한 여러 정책 대안들이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의 규제 완화 △세입자와 임대인 매매 계약 시 혜택 부여 △개인 임대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의무 가입 △전세금 상한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혁 지부장은 ‘전세 사기 특별법’을 언급하며 “정부에서 취·등록세 면제, 대출 규제 완화, 저금리 적용, 차후 매도 시 양도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매도매수가 활발히 진행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박명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책특보는 협회의 역할 강화 방안으로 △윤리강령 제정 및 윤리 기구 설치 △교육 강화를 통한 전문성·투명성·신뢰성 제고 △손해배상책임보장 제도 개선 △부동산시장 감독센터 설치 운영 △전자계약 이용 확대 △부동산거래데이터 공공화로 시장 투명화 △중개업의 선진화 및 전문화 추진 △법률·제도 정비를 통한 추진동력 지원 필요 등을 강조했다.

박 정책특보는 “윤리성이 저하된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협회 구성원에서 확실히 방출시키는 방안과 기구를 마련할 것”이라며 자체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 교육도 강화한다고 말했다. 박 특보는 “중개 사고의 70% 이상이 업력 5년 미만에서 발생했다”며 “수습공인중개사 제도 시행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 역시 전세 피해를 줄이려면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문수빈 국토교통부 주택임차인보호과 사무관은 “정부에서 올해 상반기 특례보금자리론 전세금반환 등 조처를 했지만, (앞으로도) 전세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며 “세입자 보호조치를 전제로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후속 세입자 안전장치 마련과 임차인 피해 문제, 중개업 종사자의 법정 교육과 윤리 교육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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