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에도 은행株 수난…관치압박에 외국인도 ‘손절’

배당 확대에도 은행株 수난…관치압박에 외국인도 ‘손절’

4대 금융지주 주가, 올해 초 대비 하락…우리금융만 ‘보합세’
끝없는 외국인 투자자 매도세, 짙어진 ‘관치금융’ 논란 영향
증권가, 모멘텀 부재 속 ‘KB금융’ 최선호주 평가

기사승인 2023-07-02 06:00:02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각 사 제공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2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들 종목에 대해 눈길을 돌린 상황이다. 이 같은 투심 악화는  ‘관치금융’ 논란을 야기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을 비롯한 공공재 강조가 배경으로 추정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4조459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조4825억원) 대비로는 0.5%(227억원) 소폭 감소했다.

앞서 4대 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 4조89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1분기와 2분기 전망치를 합한 상반기 순이익은 9조358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에 대비 4.4% 증가한 실적이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한 셈이다.

그런데도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종가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KB금융 -1.44%, 신한금융 -3.83%, 하나금융 -7.72%로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금융의 경우 0.51% 보합세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4% 상승한 것에 비하면 정반대의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금융주(은행주)의 모멘텀(상승 동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금융지주의 핵심인 은행업종이 정부나 금융당국의 개입을 받는 규제산업의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가 부양을 바라긴 어렵단 것으로 풀이된다.

중요한 것은 금융주가 전통적인 배당주의 성격을 가졌다는 점이다. 배당주는 기업이 일정 기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주식이다. 대표적인 고배당 주식은 은행, 카드, 금융지주로 구성됐다.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연이어 갱신한 만큼, 배당에 관한 목소리도 높다.

또한 4대 금융지주는 중간배당을 실시할 전망이다. 중간배당 기준일은 이달 28일까지로 알려졌다. 이들의 2분기 주당배당금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KB금융 510원, 신한금융 525원, 하나금융 600원, 우리금융 180원 등이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1분기에도 주당배당금을 각각 525원, 510원을 지급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600원을 책정했고, 우리금융은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배당 확대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낙폭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평균 3.7%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올해 4월 이후 4대 금융지주 종목을 7211억원치 순매도했다. 동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5조7822억원을 사들인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금융주에서 빠져나가는 이유로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규제 정책과 짙어진 ‘관치금융’ 논란 탓이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도 은행의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이어 이자장사 비판과 과점체제에 대한 개혁까지 돌입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례적으로 은행 지점들을 방문하면서 상생금융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5일 출시된 청년도약계좌가 불을 지폈다. 사전 공시 시점에 기업은행을 제외한 10개 은행은 기본금리를 연 3.5%를 제시했으나 금융당국은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은행들은 출시 전날 확정 금리를 1% 올려 재공개했다. 은행권에서는 해당 계좌가 고금리 정책금융상품인 만큼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동안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금리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결국 수익성에 대한 신뢰 하락에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에 미치는 손익 규모가 크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사회공헌 역할이 계속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하반기 주주환원 기대감 회복 여지 등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지켜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금융주의 부진에도 ‘KB금융’에 대해서는 호평한다. 은행업종의 모멘텀 부재 구간에서 KB금융 중심의 압축 대응이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모멘텀 부재와 불확실성으로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자본력과 이익 체력 측면에서 방어력이 높고, 차별화된 마진 흐름을 보이는 KB금융이 가장 편안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지난해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1분기 중 약 272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완료했다”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약 1500억원 정도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가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만약 하반기 중 약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실시된다면, 회계연도 기준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35% 수준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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