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 관련 설명을 위해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거센 항의 시위에 부딪치며 입국부터 난항을 겪었다.
사흘간의 방한 일정을 시작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4~7일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뒤 7일 밤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1층 귀빈용 출구 앞에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그로시 총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격렬한 시위로 그로시 총장을 가로막았다. ‘IAEA 일본 맞춤 보고서 폐기하라’,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 등의 피켓을 손에 쥐고, “해양투기 반대한다” “그로시는 한국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귀빈용 출구가 아닌 공항 2층을 통해 빠져나가려고 시도했지만, 이를 발견한 시위대로 인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빈실로 향했다. 그는 비행기 도착 후 2시간가량이 지나서야 시위대와 취재진의 눈에 띄지 않는 통로로 김포공항을 빠져나갔다. 그가 공항을 빠져나간 뒤 시위대도 해산했다.
외교사절이 한국을 찾자마자 항의 시위로 입국 길에서부터 난항을 겪은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발표된 ‘IAEA 오염수 방류 계획 종합 보고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보고서에는 “도쿄전력이 계획한 대로 오염수를 통제하며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로시 총장은 8일부터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만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담은 IAEA 종합보고서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오전에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일정이 잡혀 있다. 민주당은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동시에,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보고서 내용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