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 땅 근처로 노선이 변경된 게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로 촉발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민주당 소속인 전직 양평군수가 원래 노선 종점 인근에 토지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수정안 종점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어 특혜라면, 원안은 전 군수에게 특혜를 주는 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상화 지연 의혹도 띄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고의로 사드 배치를 방해하고 정상 운용을 지연시켜 국민 피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와 친척들은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에 모두 14개 필지 1만여㎡(3000여평)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면 아신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2021년 4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당시 원안 노선 종점 지역이었던 양평군 양서면 증동리와 가까운 곳이다.
이 가운데 필지 11개(9709㎡·약 2937평)는 원안상 종점에서 약 1.6㎞ 거리에 있다. 근처에 정 전 군수 아내 박씨가 2006년과 2020년 구매한 땅 3필지도 있다. 정 전 군수는 양서면 종점 안이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할 때 군수로 재직 중이었다.
민주당은 정부가 소위 ‘양평 땅값’을 올리기 위해 대안 노선으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가 ‘강하IC’ 설치를 포함한 현재의 대안 노선을 주장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데 이어, 토지를 다량 보유한 것까지 확인되면서 당시 정 전 군수 측 역시 ‘땅값’을 올리기 위해 종점은 원안대로 건설하고 강하IC만 추가하는 안을 제안한 것이라는 의혹에 직면하게 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 보니 ‘더불어민주당 게이트’”라며 “해당 전직 군수는 오늘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TF 기자회견’에도 참석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원안은 ‘민주당 전 양평군수 일가 특혜’가 된다”며 “대통령 부인을 겨냥한 황당 정치 공세는 ‘제 발등 찍은’ 자충수가 될 것이다. 주민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주민들의 분노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대통령 부인 일가 특혜론’ 주장하기 전에 ‘자당 소속 전직 양평군수 특혜 의혹’부터 똑바로 조사하라”고 일갈했다.
경기도 양평에서는 주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양평군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양평군민들은 두물머리 일대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고속도로 개통할 경우 서울에서 양평까지 차량 이동시간은 현재의 1시간30분~2시간에서 15분대로 대폭 단축돼 이 일대 교통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전진선 양평군수와 양평 주민들도 전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에 항의하며 민주당사를 찾았다. 이들은 “민주당은 이러한 양평 군민의 염원이 담긴 노선안에 대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를 문제 삼으면서 정치 공세를 펼쳤다”고 성토를 쏟아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상화 지연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맞으면 암에 걸리고, 참외가 썩는다는 등 ‘사드 괴담’로 인한 현지 참외 농가의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표를 문재인 정부가 정략적 의도로 지연했다는 주장이다.
환경부는 최근 6년 만에 사드 기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와 성주군 관계자들에게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 관련 보고’를 진행하며 “주민들이 살고 계신 곳에서의 전자파 영향은 더욱 미미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9일 문재인 정부 시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상화 지연 의혹과 관련, 문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관계 당국의 조사를 촉구했다.
한기호·윤재옥·이채익·이헌승·성일종·임병헌·신원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문 정권의 사드 정상화 고의 지연·방해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환경영향평가가 어려운 작업도 아니고,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아니었는데, 누군가 커다란 힘을 가진 권력자가 환경영향평가를 지연시키도록 압력을 넣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3불 1한’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한 성역 없는 조사를 요구했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사드 3불 정책’이란 △미국의 엠디(MD·미사일방어) 체계 불허 △사드의 추가배치 금지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 불가와 더불어 이미 배치된 사드 포대 운용을 제한하는 중국의 일방적 요구다.
지난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당시 중국과의 갈등 심화 국면을 완화하고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및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드 3불 기조를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한국은 경북 성주 사드 레이더 운용 각도에 제한을 둬 미군의 중국 감시를 차단하는 ‘1한’도 지키라”고 요구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방위원들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017년 5월 문 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후 문재인 정부가 3불 1한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2017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직후 청와대발 ‘사드 추가배치 보고 누락’ 의혹이 불거졌고, 사드 배치를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절차가 복잡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변경한 데 이어 정부가 ‘3불’을 최초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이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문 정권의 사드 훼방은 모두 이 전 대표의 방중 이후 본격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 주권을 중국에 사실상 헌납한 전대미문의 국기문란이자 안보 농단”이라며 “당시 생산·보고된 문서에 대한 관계 당국의 조사를 촉구한다. 만약 사드 관련 각종 문서가 파기됐다면 그 경위가 무엇인지, 그 지시자가 누구인지 등 문 정권의 지위고하를 막론한 성역 없는 조사가 긴요하다”고 촉구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