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소형주 중심으로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은 기업공개(IPO) 시장이 하반기 첫 달인 7월을 맞이해 주목받고 있다. 공모청약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면서 열기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대어’인 파두를 시작으로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대형 공모주가 상장 추진 예정에 있어 흥행이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규 IPO 제도 도입에 따른 높은 주가 변동성에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구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모두 63개사다. 지난 1999년부터 2022년 상반기 평균치인 46개사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연도를 살펴보면 2000년(133개), 2002년(113개), 2001년(69개)에 이어 네 번째 순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상반기에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대어’는 부재했다. 공모 규모 자체가 낮게 잡혔다는 얘기다. 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상장하면서 IPO 공모 금액은 1조3000억원으로 과거 상반기 평균 2조원보다 낮았다. 시총 규모 역시 5조8000억원으로 과거 평균치인 7조2000억원에 미달했다.
그러나 IPO 시장 분위기는 크게 개선됐다. 글로벌 시장과 국내 증시 상승세로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달 상장한 토탈 코스매틱 기업 마녀공장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8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를 1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최고 경쟁률인 셈이다. 이후 일반 청약에서는 1265대 1을 기록하면서 5조613억원의 증거금을 확보했다.
마녀공장은 상장일에 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된 후 상한가로 직행한 ‘따상’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12일 종가 기준 마녀공장 주가는 공모가 대비 95.31% 증가한 3만1250원이다.
하반기 IPO 시장은 상반기보다 더 열풍을 끌 것으로 평가된다. 신규 IPO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종목의 기준가격 결정방법 개선, 가격 제한 폭 확대 내용을 담은 업무 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상장 당일 주식에 대해 공모가의 60~400%까지 가격제한폭이 확대됐다. 예컨대 상장 당일 시가가 1만원으로 적용된다면, 6000원에서 4만원까지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공모주 기대수익률이 늘어난 만큼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변경된 IPO 제도의 첫 수혜 종목이었던 시큐센, 알멕, 오픈놀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우선 시큐센은 상장 당일인 지난달 29일 공모가 대비 205% 상승한 9150원에 마감했다. 장 중 1만1800원까지 급등하면서 293%라는 경이로운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알멕과 오픈놀도 상장일에 각각 99%, 57.5%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하반기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상장이 예고된 점도 흥행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첫 주자는 국내 팹리스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등극한 파두다. 파두는 오는 24~2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파두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6000~3만1000원이다. 밴드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대어급 기업들은 즐비하다. 한국거래소는 SGI서울보증보험(시총 3조원), 두산로보틱스(시총 1조5000억원), 나이스평가정보(이전 상장) 등의 상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고평가 논란에 상장을 철회했던 밀리의 서재도 상장심사 청구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특히 최근 주가 100만원을 넘나들면서 황제주에 진입하기도 했던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 해당 기업의 시총은 3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의 훈풍은 지속되리라 전망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안한 증권 시장 상황에서도 IPO 시장은 회복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일부 대어급 기업의 IPO 심사 청구를 기점으로 점차 IPO 청구 기업이 확대되면서 공모금액이나 시가총액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규 상장 종목의 높은 주가 변동성을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시행 세칙 변경 이전에는 공모주가 상장된 이후에도 즉시 가격제한폭에 연달아 도달하고, 사실상 매매가 중단된 이후 폭락해 투자자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높아진 가격제한폭이 이를 막는 ‘방파제’의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오른 폭만큼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 이유로 추정된다.
실제 제도 변경 후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일례로 알멕은 상장 첫날 9만9500원에 장을 종료했으나, 장 중 고점은 18만원까지 치솟았다. 종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당시 고점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50%가량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의 목적은 기존의 제한된 가격제한폭에 연달아 상승한 후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며 “다만 장 중 높은 변동성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