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형 기술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선정한 주가연계증권(ELS)이 잇달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테슬라와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해당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액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ELS는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위험 상품인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단 지적이 뒤따른다. 테슬라의 경우 과거 사례에서 나타나듯 남다른 주가 등락 폭으로 인해 관련 ELS는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B를 포함한 ELS 발행종목 수는 7767종목으로 전년 동기에 집계된 7935종목 대비 2.1% 감소했다. 그러나 직전 반기(6617종목)와 비교할 경우 17.4% 증가했다. 발행금액은 21조8997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6116억원) 대비 7.3% 줄었다. 직전 반기(34조1099억원)로도 35.8% 감소한 수치다.
전체 규모 중 해외와 국내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ELS가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수형 ELS는 전체 발행금액의 76.3%인 16조7128억원으로 확인됐다. 국내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주식연계 ELS의 경우 3조7249억원으로 17%에 불과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해외지수 발행은 큰 증가세를 보였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과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EURO STOXX) 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각각 14조9278억원, 13조5978억원이 발행됐다. 직전 반기 대비로 각각 61.3%, 55.2% 증가했다. 반면 국내지수인 코스피(KOSPI) 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8조1689억원 발행으로 33.2%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에 따라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이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ELS 상품 발행 규모는 4926억원에 달한다. 국내 상장 종목 중 LG화학을 기초로 한 ELS와 비교하면 무려 6배 수준에 가깝다. 엔비디아가 기초자산인 ELS는 1073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증권사들도 관련 ELS 상품 홍보에 열중인 모양새다. 일례로 키움증권은 지난달 26일 기초자산이 S&P500 지수와 테슬라인 ELS 상품 ‘제747회 뉴글로벌 100조 ELS’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기초자산인 S&P500지수와 테슬라 주가가 둘 다 최초기준가의 3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면, 조기상환 또는 만기상환 시 세전 연 14.5%를 지급받게 된다.
그러나 ELS 상품 특성상 투자자들에겐 주의가 요구된다. ELS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수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 상품이다. 보통 1~3년으로 만기를 설정하고, 3·6개월마다 조기 상환 여부를 평가한다. 이 경우 주가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이자와 원금이 자동 상환된다. 그러나 정해진 조건에 따라 지정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주가 등락 폭이 높은 주식으로 평가된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월13일 1031달러를 돌파한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가 동년 3월 말 다시 1000달러 선을 회복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리스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주가는 109달러(12월27일 종가 기준)까지 폭락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를 기초 종목으로 하는 ELS가 대거 녹인(knock-in) 구간에 들어섰었다. 원금이 손실되는 상황까지 이어진 셈이다. 당시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규모는 9180억원어치다. 이 중 45% 수준인 4130억원이 손실됐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으로 277달러다. 올해 들어서 157% 폭증했다. 지난 2분기 차량 인도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호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지난해와 최근 흐름을 비교해 봤을 때 주가 변동성이 매우 높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를 기초한 파생상품이 ELS가 가진 기본적 리스크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다만 증권가에선 테슬라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GM과 포드 CEO의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부문 수익성이 의미 있게 확보되지 않을 것이란 발언은 테슬라의 무게감을 더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