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3연속 한은 출신 감사 선임 논란

은행연합회, 3연속 한은 출신 감사 선임 논란

허재성·서봉국·배준석 모두 한은 출신
은행연, 회장·전무이사는 금융위 출신
윤 대통령, 공직자 자세 엄중 경고

기사승인 2023-07-18 06:00:18
쿠키뉴스DB

은행연합회(은행연) 감사에 3연속으로 한국은행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이를 두고 은행연 감사 자리가 한은 퇴직 임원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은행연)는 지난 12일 총회 의결 및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17일자로 배준석 前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로 은행연 감사는 2017년부터 3연속 한은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게 됐다.

은행연은 국책은행부터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은행권 이익 단체다. 은행권의 경영 관련 제도개선 사항을 발굴하거나 정책건의 등 은행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각종 공시제도를 운영하는 등 공적 역할도 수행한다.

은행연의 업무와 회계가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보는 감사는 은행연뿐만 아니라 한국신용정보원·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의 감사 역할도 겸직하게 된다. 은행권 핵심 단체인 만큼 감사에 대한 대우도 나쁘지 않다. 성과급을 포함해 2~3억원의 연봉과 기사를 포함한 차량이 제공된다. 여기에 3년의 임기도 보장해 준다. 

한은 퇴직 임원들이 은행연 감사에 선임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허재성 전 한은 부총재보부터다. 허 전 부총재보 전에는 이정하(2013년)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과장과 정병기(2011년) 기획재정부 국유재산과장 및 감사담당관 등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감사를 맡아왔다.

허 전 부총재보 이후 서봉국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2020년 감사 자리를 넘겨받았다. 여기에 또다시 한은 출신 배 전 부총재보가 감사로 선임되면서 3연속 한은 출신 은행연 감사가 탄생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은행연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감사로서 갖추어야할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감사는 전문성과 함께 공정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특정 기관 출신들이 짬짜미 식으로 자리를 차지해 선임된 감사에게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은행연은 감사 자리가 한은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에 앞서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 감사가 있었던 만큼 특정 기관에 배정된 자리는 아니라는 해명이다. 더욱이 금융위의 승인을 받는 만큼 절차상 문제도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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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은행연 감사 선임을 승인한 금융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연 감사는 은행연 총회 의결 및 금융위 승인을 받아 선임된다. 금융위가 한은 출신 퇴직임원들이 은행연 감사 자리를 독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은행연 2인자인 전무이사 자리는 금융위에서 줄 곳 차지하고 있다. 전임 뿐만 아니라 현직 전무이사도 금융위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연의 이같은 선임 행태가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반카르텔 정부를 선언하며 “자신들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다. 이를 깨는 게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자 국민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르텔을 제대로 보지 않고 외면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봐야 허무맹랑한 소리일 뿐”이라며 “부당하고 불법적인 카르텔을 깨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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