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플랫폼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플랫폼 거래와 공정성 확보 등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국법제연구원은 18일 오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글로벌 AI시대 플랫폼 정책과 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한국경제법학회와 공동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AI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의 소비자 보호와 기만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법적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술대회는 △플랫폼과 소비자보호 △AI 시대의 소비자 기만과 정책적 대응을 주제로 진행됐다.
먼저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플랫폼 산업과 약관규제법 집행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정 교수는 “플랫폼 산업, 인공지능과 플랫폼이 결합된 산업에서 약관규제법의 시스템이 여전히 유용한 규범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며 “플랫폼의 발전에 따른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과 약관규제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약관규제법상 불공정성 문제에 대해 “플랫폼의 혁신으로 전통 산업에 적용되던 선례나 규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산업의 특성과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주제로 이선희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와 이승진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이 토론에 나섰다. 이승진 연구위원은 약관법의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으로 거래관계가 복잡해지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양한 이해관계가 발생하고 있다”며 “약관법의 규제 범위를 단면적인 계약당사자의 개념에 한정해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약관법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라는 사회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정법적 특성에 주목해 소비자 피해와 관련한 사업자와 규제 대상에 관한 약관 규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약관법이 △준거법이나 국제 사법과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못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둘러싼 양면적 또는 다면적 계약관계와 같은 새 형태의 사업모델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표준약관제도와 관련해선 주기적인 검토와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표준약관이 소비자들에게 더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거래조건의 경쟁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표준약관을 행정규제 편의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진 다음 주제로 플랫폼에서의 표시광고법 적용상의 쟁점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윤소연 네이버 법무실 책임리더는 온라인 플랫폼의 리뷰 관련 네이버의 지향점 등을 설명했다.
윤 책임리더는 “통신판매중개자는 판매자의 판매활동과 구매자의 리뷰 작성에 관여할 수 없다”며 “사법기관이 아닌 이상 통신판매중개자가 블라인드 처리나 제재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네이버 플랫폼에 유용하고 진실된 리뷰 정보가 올라오도록 하는 것을 지향하며 거짓 광고 방지를 위한 인증 시스템 등의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AI 시대의 소비자 기만과 정책적 대응 방향을 짚어보고, 유럽과 미국의 다크패턴 규율 현황과 시사점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한영수 한국법제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위기 회복 과정에서 첨단 기술 분야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면서 “특히 인공지능이 이끄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검토해야 할 다양한 법적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