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은행 무더위 쉼터, 직원 '눈치' 없을까 [가봤더니]

폭염에 은행 무더위 쉼터, 직원 '눈치' 없을까 [가봤더니]

하나·우리은행, 전국 영업점 무더위쉼터로 제공

기사승인 2023-08-05 06:00:22
하나은행은 전국 영업점을 무더위쉼터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영업점 한편에 더위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생수를 비치하고 있다.   조계원 기자

“그럼요, 편히 쉬었다 가세요”
(하나은행 청원 경찰)

4일 오후 2시 20분경 날씨는 ‘덥다’는 표현을 넘어 ‘뜨겁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폭염이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에 얼굴을 찌푸렸으며, 길 곳곳에서는 땀에 젖은 상의를 입고 움직이는 행인들을 볼 수 있었다.

뜨거운 햇볕과 숨이 막히는 공기를 피해 하나은행 영업점 문을 여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전신으로 느껴졌다.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은 옷이 떨어지며 그 사이로 시원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간 영업점은 ATM기기가 모여 있는 구역과 직원들이 상주하는 창구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ATM 구역 한편에 위치한 게시판에는 ‘무더위쉼터’를 알리는 게시물이 걸려있었다.

ATM 구역을 지나 창구 구역으로 이동하자 청원 경찰이 맞이했다. 청원 경찰은 “어떤 용무로 오셨나요, 안내해 드릴게요”라고 밝게 맞이했고, 이에 “더워서 조금 쉬었다 가려고 왔다, 그래도 괜찮냐”고 말하자 청원 경찰은 “그럼요, 편히 쉬었다 가세요”라고 응대했다.

영업점 창구에는 3명의 직원이 모두 고객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창구 앞쪽 대기 의자에는 2명의 고객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어컨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계속해서 나왔다.

의자에 앉아 몸에서 열기를 빼내고 있을 때 입구 한편 테이블에 무더위쉼터라는 표시와 함께 쟁반에 생수 두 병이 올려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청원 경찰에게 “마셔도 되는 물이냐”고 물어보자 “마셔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갈증을 가라앉혀 줄 물을 마시며 10~20분가량 더 앉아 있었다. 그러는 사이 창구 직원들은 계속 상담을 이어갔고, 청원 경찰도 자기 할 일을 하는 데 열중했다. 아무 용무 없이 앉아 있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 영업점은 총 3,957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전국 영업점을 모두 무더위쉼터로 제공하고 있으며, 농협은행도 다음주 중으로 모든 영업점을 쉼터로 개방할 예정이다.

국민·신한은행도 전국 영업점을 무더위쉼터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서울시 내 및 인천(신한) 영업점만 무더위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무더위쉼터로 제공되고 있는 우리은행 독립문지점.   조계원 기자 

은행 영업점에서 누구나 더위를 피해 갈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400~500M가량 떨어진 우리은행 영업점도 찾아가 봤다. 해당 영업점은 입구에서부터 무더위쉼터를 알리는 큰 명패가 걸려있었다.

해당 영업점은 1~3층 구조로 1층에 ATM, 2층부터 영업창구가 자리 잡고 있다. 2층 창구 구역으로 이동하자 2~3명의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역시 에어컨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계속 나왔다.

우리은행 영업점 역시 청원 경찰이 맞이했다. 이번에도 동일하게 “쉬었다 가도 되냐”고 물어보자, 친절하게 “쉬었다 가라”는 대답이 나왔다. 우리은행 영업점은 별도의 생수는 없었지만, 정수기가 있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해당 청원 경찰은 “주로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어르신들이 많이 쉬었다 가신다”며 “더위를 피해 들어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층 ATM 업무를 보고 나가는 한 고객은 “비 오거나 너무 더울 때 창구보다는 ATM기기가 있는 구역에 들어와 잠시 숨을 돌리고 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은행이 영업점을 무더위쉼터로 제공하는 것은 코로나시기 상당 부분 축소된 바 있다. 최근 들어 제공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은행들도 무더위쉼터 운영과 관련해 고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무더위쉼터를 늘리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 재확산하고 있어 내부 부서에서도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무더위쉼터가 아니라고 해도 고객은 물론 방문객이 영업점에서 쉬다 가는 것을 거부하는 은행은 없다”며 “무더위쉼터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무더위를 피해 영업점에서 쉬다 가셔도 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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