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엔터주인 하이브가 미소를 지었다. 자사 걸그룹 뉴진스를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인기몰이에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해서다.
그런데도 주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호실적을 발표한 당일의 경우 주가는 오히려 미끄러졌다. 증권가에선 하이브의 향후 주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성장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하이브는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최근 공시한 실적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액 1조316억원, 영업이익 1339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4%, 6.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준 순이익은 1404억원으로 이 역시 8.4% 늘어났다.
하이브의 반기 매출액 1조원 돌파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상반기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은 1785억원으로 3.9% 상승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최대 실적 기록에는 앨범 부문의 판매량 증가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상반기 앨범 판매량은 2270만장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 2022년 1년 동안 판매한 앨범 수인 2220만장을 50만장 초과했다. 반기 판매량만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7개월 만에 1000만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한 세븐틴과 초동 126만장을 기록한 르세라핌, 그리고 두 번째 미니앨범으로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한 뉴진스 등이 앨범 판매량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하이브의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 줄어든 813억원으로 나타났다. 주력 아티스트 그룹인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페스타(FESTA) 관련 비용과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의 손실이 일부 반영된 영향이라는 게 하이브 측 설명이다. 신인 보이그룹 데뷔와 관련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점도 원인이다.
실적은 호재를 불렀으나 하이브 주가는 호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적 공시 이후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 주가는 실적이 발표된 지난 8일 전 거래일 대비 0.91% 하락한 27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음 날인 9일에는 무려 4.60%나 내려갔다. 11일에도 0.58% 감소한 25만5000원으로 후퇴했다. 4거래일 연속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하이브의 주가가 하락 곡선을 그리는 이유로 ‘위버스 멤버십 플러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꼽는다. 하이브는 구독형 서비스인 위버스 멤버십 플러스 도입 시기를 올해 3분기로 계획했으나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하반기 뚜렷한 모멘텀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증권가는 다소 엇갈린 분석을 내놓는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이 오는 9월로 예정돼 월간활성이용자수(MAU)와 인당결제금액(ARPPU) 상승이 기대된다”면서도 “주요 투자 포인트였던 위버스 멤버십 출시가 내년으로 지연된 점은 단기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플랫폼으로서 펀더멘털은 더욱 탄탄해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어차피 올해 컨센서스에는 위버스의 유료화 숫자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위버스는 6월 다운로드 1억건과 7월 MAU 1000만명을 달성했다”며 “나만의 굿즈를 직접 제작하는 위버스 바이 팬즈(Weverse by fans) 플랫폼도 9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이브가 성장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의 눈높이가 그만큼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서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어제 보여준 성장을 내일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점인데, 내년에 답이 있다”며 “뉴진스는 최소 1번의 앨범 발매와 하반기 투어를 기대할 수 있고, 서구 음악 시장 침투율을 높이는 기폭제로 보이는 유니버설뮤직그룹(UMG) 걸그룹도 상반기 공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