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미국 경기 연착륙 분위기·금리 동결 가능성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부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경기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 여력까지 소진되고 있어 디플레이션 악화 가능성까지 제기되기 때문이다.
14일 하이투자증권은 미국 연착륙과 금리 가능성 호재가 중국 리스크에 가려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통해 물가 하향 안정기조가 확인됐다. 이에 3분기 성장률 역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공산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서베이 수치와 미국 애틀랜타 연준의 GDP 추정치는 다소 격차가 있지만, 공통점은 3분기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는 추세라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컨퍼런스보드에서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구성항목을 살펴보면 제조업 관련 지표 비중이 53%에 달한다. 반면 서비스업과 관련된 지표는 구성항목에 거의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황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에서 실제 선행지수보다 미국 경제가 양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하이투자증권 측 설명이다.
이처럼 미국 경기의 햇살이 강해지는 모양새지만, 부채 리스크를 동반한 중국 경기는 오히려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중국은 2년 전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이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킨 바 있다. 지난달에도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다롄완다 상업관리집단이 디폴트 위기를 겪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에서 만기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300억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가 재점화됐다. 30일 이후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처리되기 때문이다. 헝다 사태가 채무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대형 악재다.
박 연구원은 “비구이위안 디폴트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을 넘어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발 그림자 부채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경제의 ‘질서있는 신용위험’ 혹은 일본형 대차대조표 불황 위험을 높이는 촉매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 매체인 블룸버그 통신도 비구이위안이 헝다보다 4배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헝다 사태보다 더한 충격을 부동산 시장에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국면에 진입한 점도 불안 요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일 7월 CPI가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비구이위안 사태는 중국 소비자 지출 여력을 더욱 줄여 디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중국 정부가 초기에 부채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예상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질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디리스킹을 통한 미·중 갈등 완화를 기대했던 시장에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 분야 대중 압박 강화로 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까지 걱정거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 부채 리스크가 국내로 전이되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불황에 진입하면, 해당 충격으로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이 크게 노출될 수 있어서다.
박 연구원은 “당장 하반기 대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국내 수출경기 개선과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불안으로 하반기 먹구름이 끼고 있다”며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9% 줄면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출 역시 감소폭은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8.1% 하락한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 경기 리스크가 고스란히 국내 수출로 전염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