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상대로 맥없이 끝났다. 인사청문의 기본이 되는 자료 제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더 나아가 이 후보자는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의 입증을 청문위원들이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다소 도발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날 청문회는 부실한 자료 제출에 따라 기존에 이동관 후보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따져 묻는 수준에서 진행됐다. 주로 ‘아들 학폭’ 사건의 무마 의혹과 MB정부 청와대 시절 언론장악 시도 정황과 관련된 질의가 주로 나왔다. 이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식의 일관된 답변을 냈다.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재산 형성 및 분배 과정, 가족의 비리 의혹 관련 질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인사청문의 가장 기본 재료가 되는 자료 제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날 인사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가 빗발쳤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료제출 거부는 유감 수준을 넘어 개탄스럽다”며 “후보자가 200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제출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개인 정보 운운하면서 답변할 수 없다고 답변하거나 동문서답식 자료만 제출했다. 이것 가지고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의원들의 성토에 과방위원장은 후보자에게 자료 제출에 협조할 것을 지시했지만, 오후까지도 요구 자료는 제때 제출되지 않았다. 저녁 시간을 넘겨 제출된 자료들도 대부분 개인 정보, 사생활을 이유로 제출이 어렵다는 회신만이 담겼다.
고민정 의원실 관계자는 “요청한 자료가 몇 개가 오긴 왔는데 거의 대부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제출이 어렵다는 회신”이라며 “제출 자료를 정확하게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거짓 해명 의혹에 대한 입증을 질의한 의원이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도발적 모습도 보였다.
강득구 의원이 “담임교사에게 아들 지각을 생활기록부에서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주장이 있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답했다. 이어 “담임교사의 증언이 있다. 앞서 거짓말 한 게 들통나면 사퇴한다고 했는데 사퇴할 생각 있느냐”고 묻자 “그분(해당 사실을 주장한 담임교사)이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이 후보자 청문회가 ‘맹탕 청문회’로 끝마쳐진 가운데 민주당은 계속해 이동관 문제를 꺼내 든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동관 아들 학폭, 언론장악 시도 의혹들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당장 다가올 국정감사뿐 아니라 내년에도 또 총선 직전에도 제기되는 의혹들을 따져묻겠다”며 “자료 부실 제출로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대한 대책도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