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중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마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아 투자자들도 이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화권 증시도 올해 들어 최저치 수준으로 하락했다. 결국 국내 금융권에서 판매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 부동산 펀드에 또다시 손실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p 인하한 연 3.45%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LPR은 중국 기업과 가계대출 기준으로 사용된다.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한다. 때문에 사실상 중국의 기준금리로 간주한다. 중국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사용되는 5년 만기 LPR의 경우 4.2%로 동결됐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15일에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p와 0.15%p 인하했다.
MLF 대출은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다. MLF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기준금리 역할을 수행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동일하게 따라가는 게 관례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이번 1년 만기 LPR 추가 인하는 예정된 순서였다.
그러나 시장은 LPR 1년물과 5년물 모두 최소 0.15%p의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결과적으로 예상치를 하회하는 결정이 나온 셈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당장 대대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의지가 크지 않은 것”이라며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전체 금리를 내려주는 정책을 펼친다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에 선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 실망감을 반영하듯 중화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는 이달 들어 각각 6.34%, 7.30% 떨어졌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의 경우 8.93% 내려갔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8.51% 하락하는 등 낙폭을 보였다.
이 가운데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가 주목된다.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이 관련 상품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해서다. ELS 투자자들의 특성 상 높은 수익률을 원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LS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수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 상품이다. 보통 1~3년으로 만기를 설정하고, 3·6개월마다 조기 상환 여부를 평가한다. 이 경우 주가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이자와 원금이 자동 상환된다. 그러나 정해진 조건에 따라 지정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행된 홍콩H지수 ELS 중 4조670억원의 만기가 6개월 내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로 중화권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 투자자 손실 위험성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실제로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ELS 조기상황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TRUE ELS 제13748회'에 대해 홍콩H지수 등 기초자산이 조건에 미달해 5차 조기상환이 연기됐다고 안내했다. 평가일에 해당 지수가 기준가의 52% 수준에 머물러 조기상환이 실패한 것이다.
또한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 역시 최근 홍콩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들의 조기상환이 지연됐다고 공지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장 문제가 되는 ELS는 지난 2021년 1~2월 발행된 물량으로 당시 발행 기준가가 매우 높아 최근 조기 상환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초에는 대거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도 대규모 부실이 우려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75조원으로 확인됐다. 오는 2025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이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으로 시장이 불안한 만큼, 경고등이 켜졌단 주장도 제기된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