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로 예정된 ‘공교육 멈춤의 날’이 ‘공교육 정상화의 날’로 바뀌었다. 현장 교사들이 학교장 재량휴업일 등 공교육 멈춤의 날을 준비하자, 교육부가 27일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며 집회 참여 시 파면과 해임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운영진들은 사실상 집회를 철회했지만,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각자 개인적으로 뜻을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교사들 “교육부 대응은 협박… 입장 안 바꿨다”교육부는 9월4일 열릴 예정이던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를 교사들의 집단행동과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추모나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해 학교가 이날을 임시휴업일로 정하거나 교사가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것은 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며 “교장이 교사의 연가·병가를 승인하는 행위 역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초등교사 A씨는 “교육부의 대응은 협박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라며 “교육부 대응에 불참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선생님은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정직, 해임, 파면까지 입장을 냈지만 이대로 아무런 교육 현장의 변화가 없으면 서이초 선생님과 같은 희생자가 바로 제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교사들이 바라는 것은 구시대적인 교권 확립이 아닌 최소한의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 말했다.
현장 교사들에게 공교육 멈춤의 날은 공교육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다. 초등교사 B씨는 “공교육 멈춤의 날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것마저 없으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현장 목소리를 무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현장 교사들은 망가진 학교를 안전하게 정비하고 그 안의 모든 교육 주체를 보호해달라고 간절히 외치는 것뿐”이라며 “교육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선생님들이 수업까지 중단하는 건 생존권을 위한 일이다. 무너진 교권과 학교가 계속되면 나조차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집회를 위한 멈춤 아니었다… “멈추는 것이 목적”
집회는 취소됐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9·4 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서명인원 집계’에 따르면 28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1만844개교의 8만3248명의 교사가 참여와 지지 의지를 밝혔다. 숫자가 멈추지 않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선 교사뿐만이 아닌 교감(400명), 교장(275명)도 서명했다. 전국에서 504개교는 재량휴업을 지정하기도 했다.
교사 C씨는 “교육부는 집회를 위해 교육을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파업을 위한 멈춤이 아닌 멈춤을 위한 파업”이라고 지적했다. D씨도 “공교육 멈춤의 날은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이자, 교권 추락으로 발생한 공교육 위기를 알리는 날”이라며 “(교사들이) 집회와 별개로 공교육 멈춤의 날로서 연가와 병가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매주 집회가 열리던 주말이 아닌 평일에 수업을 멈추는 일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교사 E씨는 “집회가 취소됐지만, 평일에 공교육이 멈추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F씨도 “공교육 멈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며 “멈춤은 해산되지 않았다. 어떤 방법으로든 멈춤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G씨는 “집회가 목적이 아닌 멈춤이 목적”이라며 “집회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공교육 멈춤의 날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제동을 건 교육부를 고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8일 서울교사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교사들의 자발적 대규모 집회를 축소하고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자질이 없다”라며 이주호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이날 재량 임시휴업 등을 불법행위로 규정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