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스닥’ 행렬에…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존재감 ‘퇴색’

‘탈코스닥’ 행렬에…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존재감 ‘퇴색’

코스닥 시총 5위권 포스코DX·엘앤에프,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추진 공시
셀트리온헬스케어, 그룹 내 합병 통해 코스닥 시장 떠난다
브랜드 경쟁력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이미지 하락 ‘우려’

기사승인 2023-08-30 06:00:28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이창희 기자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인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기업들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이같은 ‘엑소더스(대탈출)’ 상황 속에 해당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의 존재감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POSCO홀딩스의 자회사이자 정보기술(IT) 업체인 포스코DX 주가는 전날(29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11% 오른 4만7650원에 장을 종료했다. 이날 2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 업체 엘앤에프도 0.42% 내린 23만6500만원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이들 종목은 코스닥 시가총액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표 기업이다. 아울러 이달 들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포스코DX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코스피 시장 상장 승인을 조건부로 하는 코스당 상장 폐지 안건을 오는 10월5일 임시주주총회 부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포스코DX의 이전 상장 추진 배경에는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포스코DX 관계자는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전환을 리딩 하는 대표기업으로 자본시장 내 위상 차별화가 목적”이라며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DX가 속한 포스코그룹은 이전에도 소속 자회사의 이전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포스코퓨처엠을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성공적인 이전 상장을 이룬 바 있다. 주가도 5만5000원선에서 40만원대로 크게 급등했었다.

여기에 더해 엘앤에프도 지난 28일 이사회를 개최해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을 가결했다. 추후 임시주주총회 소집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엘앤에프의 경우 유동성 확보 등을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7일 해당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포스코DX와 엘앤에프는 코스피 이전 상장을 공시한 이후 전날까지 각각  38.5%, 7.2% 급등했다. 통상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할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와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 내포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 기대감이 짙어진다. 

특히 공매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로 추정된다. 국내 증시에선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코스닥150 편입 종목이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코스피200 지수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매도 접근이 차단된다. 이외에도 상장지수펀드(ETF),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효과도 바라볼 수 있다.

이미 이전 상장을 공시한 기업 외에도 다수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엑소더스를 준비 중이다. 시총 7위인 바이오 기업 HLB는 공시를 통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실무적으로 형식적 요건 충족 여부와 장단점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할 방침을 내놨다. 코스닥 시총 3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코스피 상장사인 셀트리온에 흡수 합병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다만 연이은 코스닥 대형주들의 이탈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에 충격을 줄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란 코스닥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도입한 제도다. 

당시 거래소는 코스닥 대형 우량상위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의 해결을 위해 미국 나스닥 시장 글로벌 셀렉트 세그먼트를 벤치마크 삼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코스닥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얘기다. 세그먼트에 포함된 소수 종목으로 시장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

그러나 약 한 달 동안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 기업 중 3곳의 이탈이 결정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의 제도 이미지 퇴색이란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코스닥 글로벌 지수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단 주장도 제기된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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