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표 임기 만료 '목전'…실적 둔화 전망에 연임 ‘안갯속’

증권사 대표 임기 만료 '목전'…실적 둔화 전망에 연임 ‘안갯속’

10대 증권사 중 5곳, 내년 3월까지 임기종료 예정
김성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제외 시 모두 ‘다연임’ 수장
2분기 부진·부동산PF 리스크 등 우려 요인 산재
금융당국 제재심도 ‘목전’…결과에 따라 연임 불발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3-08-31 06:00:41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10대 증권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선보였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 대표들의 경우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임기 종료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통상 증권업이 호황일 경우 연임이 무난히 결정되는 모습을 보이나,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다가오는 상황 속에 업계 분위기마저 녹록지 않아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중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임기가 종료되는 대표이사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오는 12월 임기를 마치는 증권사 대표는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는 오는 2024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각 증권사의 수장으로서 사업과 경영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의 진두지휘에 나섰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KB증권 대표이사 후보로 재결정됐다. 임기 만료일은 2022년 12월이었으나 당시 연임에 성공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18년 대표이사 자리에 처음 올랐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연임을 지냈다. 정식 임기 만료일인 2024년 3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경우 NH투자증권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자리매김했던 대표로 남게 된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도 2019년에 대표직에 선정된 이후 2021년 3월에 3년 임기로 재선임됐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대표이사직에 올라 2022년 연임을 확정했다. 다만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12월 단일대표로 결정된 이후 올해 첫 연임에 도전한다.

통상 전반적인 업계 상황에 훈풍이 불고 있을 경우 연임이 무난히 결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021년 증권업 호황으로 증권사 대표들의 연임이 주류로 받아들여진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내외 악재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당장 실적부터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연임을 앞둔 증권사 대표들의 거취에 경고등이 켜졌단 평가가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은 1조2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29.2% 급감했다. 

다만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차액결제거래(CFD) 손실 우려가 팽배했던 것을 고려하면 일부 선방했다. 10대 증권사들이 CFD와 부동산 PF 관련 손실 등을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별로 2분기 기준 순이익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2200억원으로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이어 △NH투자증권(1826억원) △메리츠증권(1615억원) △삼성증권(1515억원) △미래에셋증권(1409억원) △키움증권(1334억원) △신한투자증권(1225억원) △KB증권(1103억원) △대신증권(708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하나증권의 경우 홀로 4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0대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 일부 악재를 덜어냈으나, 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PF 부문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현재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분기말 기준 15.88%로 전년말 대비 5.5%p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투자 관련 부실 위험성도 노출됐다.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대형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중은 20.7%로 중소형사의 두 배에 달한다. 용도는 공실률 문제가 부각된 상업용 부동산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투자방식은 선순위가 아닌 중순위(메자닌) 대출 및 지분 투자가 많다. 이 경우 선순위 채권자가 자금 회수 절차에 돌입하면 손실 발생으로 이어진다.

특히 금융당국 징계 결과가 증권사 대표들의 연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라임·옵티머스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제재 대상에 오른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해 심사를 거쳐 조만간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임원 제재나 기관 영업 정지는 금융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다.

증권사 대표들의 제재 건은 실효성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혐의를 다룬다. 때문에 이번 라임·옵티머스 펀드 재검사에 발견된 펀드 돌려막기나 임직원 사익 추구 등 새로운 위법 행위가 적발된 점은 큰 관련은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펀드 사태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추가 검사를 착수한 만큼, 제재 조치가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 단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도 제재심에서 같은 판단을 내릴 경우 연임과 금융사 재취업이 불가능해진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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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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