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잇따라 교사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교사들의 교육 환경과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교내에서 다양한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이로 인해 4명 중 1명은 심한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16%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5일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교조와 녹색병원이 지난달 16~23일 실시했으며, 설문에 참여한 유·초·중고등학교·특수·비교과 교사 6024명 중 복수 응답 등을 제외한 3505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교사 16%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5%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앞선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일반 인구의 자살 생각은 3~7%, 자살 계획은 0.5~2% 수준이었다. 교사들의 극단 선택 위험이 일반적인 수준보다 크게 높은 이다.
우울척도(CESD)를 통해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38.3%)이 ‘심한 우울증상’(확실)을 보였다. ‘경도의 우울증상’(유력)으로 보인 비율도 24.9%였다.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학부모 상담 횟수, 언어·신체 폭력 경험에 비례해 높아졌다.
실제 교사 상당수가 학교 내에서 다양한 폭력을 경험하고 있었다. 응답자 66.3%는 언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반 산업의 노동자 3~6%가 근로환경에서 언어폭력 경험을 경험하는 것과 비교하면 교사의 언어폭력 경험률은 다소 높은 편이다. 교사들은 교내에서 신체 위협 및 폭력 경험(18.8%), 성희롱 및 폭력 경험(18.7%), 원치 않는 성적 관심(12.9%)도 경험했다.
남성 교사보다는 여성 교사에게서 폭력 피해가 더 많이 발생했다. 학교급별로 발생하는 폭력 유형도 달랐다. 전교조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에서 언어폭력 피해가 더 많았고, 특수교사에서는 신체 위협 및 폭력 피해가 더 컸다. 중등교사에게서는 성희롱 및 성적 관심 피해가 더 많았다. 특히 학부모와의 상담 횟수가 증가할수록 폭력 피해도 늘어났다고 전교조는 지적했다.
교사에게 가해지는 가장 많은 폭력 유형인 언어폭력 가해자 절반 이상은 ‘학부모(63.1%)’였다. 이어 학생(54.9%), 교장·교감 등 관리자(31.5%), 동료교사(18%) 순이었다. 신체 폭력 피해 가해자 대다수(96.5%)는 학생이었으며, 다음은 학부모(21.7%·중복 가능) 순이었다.
전교조는 “교사의 근무환경 및 정신건강 평가 결과, 위험한 수준”이라며 “일반 산업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직무 스트레스 관리 및 정신건강 보호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정책 대안 마련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교사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