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4명 중 1명 심한 우울증… 16%는 극단적 선택 생각도

교사 4명 중 1명 심한 우울증… 16%는 극단적 선택 생각도

전교조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 공개

기사승인 2023-09-05 11:24:11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 동료 교사들과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잇따라 교사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교사들의 교육 환경과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교내에서 다양한 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이로 인해 4명 중 1명은 심한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16%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5일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교조와 녹색병원이 지난달 16~23일 실시했으며, 설문에 참여한 유·초·중고등학교·특수·비교과 교사 6024명 중 복수 응답 등을 제외한 3505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교사 16%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5%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앞선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일반 인구의 자살 생각은 3~7%, 자살 계획은 0.5~2% 수준이었다. 교사들의 극단 선택 위험이 일반적인 수준보다 크게 높은 이다.

우울척도(CESD)를 통해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38.3%)이 ‘심한 우울증상’(확실)을 보였다. ‘경도의 우울증상’(유력)으로 보인 비율도 24.9%였다.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학부모 상담 횟수, 언어·신체 폭력 경험에 비례해 높아졌다.

실제 교사 상당수가 학교 내에서 다양한 폭력을 경험하고 있었다. 응답자 66.3%는 언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반 산업의 노동자 3~6%가 근로환경에서 언어폭력 경험을 경험하는 것과 비교하면 교사의 언어폭력 경험률은 다소 높은 편이다. 교사들은 교내에서 신체 위협 및 폭력 경험(18.8%), 성희롱 및 폭력 경험(18.7%), 원치 않는 성적 관심(12.9%)도 경험했다.

남성 교사보다는 여성 교사에게서 폭력 피해가 더 많이 발생했다. 학교급별로 발생하는 폭력 유형도 달랐다. 전교조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에서 언어폭력 피해가 더 많았고, 특수교사에서는 신체 위협 및 폭력 피해가 더 컸다. 중등교사에게서는 성희롱 및 성적 관심 피해가 더 많았다. 특히 학부모와의 상담 횟수가 증가할수록 폭력 피해도 늘어났다고 전교조는 지적했다.

교사에게 가해지는 가장 많은 폭력 유형인 언어폭력 가해자 절반 이상은 ‘학부모(63.1%)’였다. 이어 학생(54.9%), 교장·교감 등 관리자(31.5%), 동료교사(18%) 순이었다. 신체 폭력 피해 가해자 대다수(96.5%)는 학생이었으며, 다음은 학부모(21.7%·중복 가능) 순이었다.

전교조는 “교사의 근무환경 및 정신건강 평가 결과, 위험한 수준”이라며 “일반 산업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직무 스트레스 관리 및 정신건강 보호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정책 대안 마련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교사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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