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제 대상서 빠진 명동 노점상…바가지 근절 ‘요원’

가격표시제 대상서 빠진 명동 노점상…바가지 근절 ‘요원’

오는 10월부터 가격표시 의무화 제도 시행
중구 “제도 정착까지 해당 단속 이어갈 방침”

기사승인 2023-09-06 14:59:18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거리가 북적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활기를 되찾은 명동에서 바가지 요금(가격 부풀리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10월부터 명동은 가격표시제를 추진할 예정이지만 실효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명동 일대는 ‘가격표시제’ 의무지역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소매·대규모 점포 등은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노점은 가격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거리가게의 경우 ‘거리가게 운영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구는 이를 개정해 거리 가게의 ‘가격미표시’ 및 ‘허위표시’를 제재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는 제도 정착이 될 때까지 해당 단속을 계속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올 연말까지는 현장에 나가는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올해 안에 명동에 상주 가능한 안전 보안관을 뽑아 각종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투트랙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가격표시제는 노점들에 유통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바가지 요금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격을 2~3배 올려서 받는 등의 행위를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구내 8개 부서가 TF를 구성해 집중적으로 노점을 관리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표시제란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업체 간 경쟁을 촉진하고 도모하기 위해 사업자가 생산·판매하는 물품에 대해 가격을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류와 잡화 등 한국표준산업에 분류된 51개 소매업종이 적용 대상이다. 

바가지 요금 근절 대책으로 내놓은 가격표시제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바가지 요금 문제의 대부분이 노점에서 일어났지만 정작 노점상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에 따르면 명동에는 현재 359개의 거리가게가 격일로 영업하고 있다. 거리가게는 2016년 노점실명제를 통해 합법화된 노점이다. 

명동 일대는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지만, 가격표시제 의무지역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명동을 찾는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일부 거리 가게와 상점에서는 가격 부풀리기 등의 문제가 불거져 오고 있다. 

가격표시제 대상 지역은 을지로16~을지로 82~삼일대로 299~퇴계로97로 명동역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 총 0.42㎢ 달하는 명동 상권으로, 지하상가를 포함한다. 구는 9월 한 달간 유예기간을 갖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격표시제 정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명동 일대 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점 음식 대부분이 시세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40%까지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가게 상인 등 일각에서는 가격표시제에 대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인 관광객(유커) 방한에 따라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상인회 한 관계자는 “가격표시제 유예기간이 적용된 이후 향후 제도 개선까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규제를 강화해 관광 1번지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고 관광객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바가지 요금이 문제된 적이 없어 해당 제재가 크지 않았다”며 “올 연말까지 거리 가게 운영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곳들을 확인해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단속은 연말까지 이어가 모범적인 거리 가게에는 표찰 부착과 점검 유예의 혜택을 주고, 제3자 영업 등 불성실한 운영을 계속하는 거리가게는 추적 관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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