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쓰레기?”…이재명에 따지러 간 태영호, 3분만에 ‘퇴장’

“北쓰레기?”…이재명에 따지러 간 태영호, 3분만에 ‘퇴장’

“北쓰레기” 막말 들은 태영호, 단식장 찾아 항의
태영호, 농성장서 쫓겨나자 인근서 항의 성명 낭독
“등 떠밀려 나오더라도 계속 찾아올 것”

기사승인 2023-09-07 14:16:56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단식 투쟁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앞 천막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의원들의 요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태 의원은 전날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연합뉴스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등 비난을 들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막말 의원의 출당 조치를 촉구했다.

태 의원은 7일 오전 11시30분쯤 이 대표가 단식농성 중인 국회 본관 앞 천막을 찾았다. 자신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원색적 언사를 쏟아낸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한 취지다. 

앞서 태 의원과 야당 의원들은 전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태 의원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친북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행사 참석에 대해 “윤 의원 본인이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들을 다시 북한 지역으로 보내려고 한 반인권 유린 행위자로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역시 공산당원답다”,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북한에서 못된 것만 배웠다”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날선 공방도 벌어졌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이 “쓰레기”라고 말하자 태 의원은 “쓰레기? 야 박영순 너 말 똑바로 해”라고 맞받아쳤다. 태 의원이 민주당 의원석을 향해 손가락질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어디서 손가락질이냐”고 응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투쟁 중인 국회 앞 천막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을 만나고 있다. 태 의원은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연합뉴스

태 의원이 이날 단식 현장 앞에 나타나자 현장에 있던 김원이·조정식 등 민주당 의원들은 저지에 나섰다. 김원이 의원이 “쇼하지 말고 얼른 가라”며 태 의원을 끌어내리려고 하자 태 의원은 “손대지 말라”고 대꾸했다. 취재진까지 몰리며 순식간에 농성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천막 안에서 지켜보던 이 대표는 “그냥 놔두라”며 태 의원을 잠시 들였다. 이 대표와 마주앉은 태 의원은 ‘북한에서 온 쓰레기’ 발언 등을 문제삼았다. 그는 “아니 제가 웬만하면 넘어가겠는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이런 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자에게 할 말이냐”며 항의했다. 

이어 “저에게 몇 분 동안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외친 박영순 의원은 가만두면 안 된다. 당에서 출당시키고 그리고 국회의원직 책임지고 박탈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은 “여기서 얘기할 게 아니잖나”라며 박광온 원내대표를 찾아가라고 소리쳤다. 

태 의원의 이 대표와 만남은 천막 안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약 3분만에 중단됐다. 주변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태 의원을 향해 “꺼져라”, “빨갱이” 등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이 말하는 동안, 쫓겨나가는 상황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천막에서 쫓겨난 태 의원은 그 자리에서 준비해온 항의서를 읽었다. 태 의원은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저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저를 향해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공산당 부역자'라고 막말 인신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박영순 의원은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분 동안 저를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저에게 한 욕설을 그대로 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대한민국에 자유를 찾아온 저를 쓰레기라고 한 박 의원은 동료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팽개쳤다”라며 “민주당은 박영순을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앞 천막에서 당직자들 요구로 나오고 있다. 태 의원은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연합뉴스

태 의원은 성명을 읽은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것도 유튜버가 아니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이 다수당 의원들 속에서 집단적으로 몰려나오는 지금 이 정치 현실이 정말 참담하다”라며 “이러한 철지난 색깔론, 원색적 발언, 빨갱이론을 빨리 대한민국에서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속 찾아오겠다. 오늘 같이 등 떠밀려 나가더라도 또 찾아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국민의힘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폭력적이고 저급한 행태를 지속하는 한 당명에서 ‘더불어’와 ‘민주’가 지워질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장 원내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의 폭력적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라며 “핏대를 세워가며 겁박하는 모습이 덩치만 믿고 건들대는 폭력배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의 폭정을 두둔하며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막는 것이 공산 전체주의에 대한 맹종이라는 태 의원의 주장이 무엇이 잘못됐나”라며 “북한 독재를 피해서 자유대한민국으로 귀순한 태 의원을 향해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은 ‘더불어’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듭 “생각이나 인식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하는 상대를 ‘쓰레기’로 몰아세우는 것 또한 민주적 행태와는 거리가 멀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이와 같은 저급한 행태를 지속하는 한 당명에서 ‘더불어’와 ‘민주’가 지워질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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