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종은 이날 황색 수의와 검은색 뿔테안경을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섰다. 유족들은 “이럴 거면 뭐 하러 법정에 나왔냐”, “개XX” 등을 외치며 울화를 참지 못했다.
교도관들은 공판을 마친 최원종을 구치소로 옮기기 위해 호송차에 태웠다. 유족은 최원종이 법원 청사 밖으로 이끌려 나오자 “넌 나오면 내 손에 죽어”, “우리 딸 살려내”,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냐”며 소리쳤다. 이들은 호송차가 출발할 때까지 차창 너머로 최원종을 찾으며 고함쳤다(중략).
최원종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중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 힘들고 괴롭다”는 취지의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 유족은 “감형을 받으려고 준비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법정에서 인정을 할까, 심신미약(心神微弱)을 또 내세우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며 “변호사도 한 명에서 2명, 2명에서 4명 이렇게 늘어나는 것 보고 ‘긴 싸움이 되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답했다.
이어 “다 시간 끌기 위함이고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차라리 저놈(최원종)의 숨통을 끊어놓고 내가 그냥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내 딸아이 인생 망쳐놓은 그놈, 내 손으로 죽이고 싶은 그 마음이다. 하지만 법치주의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생략). (출전 세계일보)
□ 心神微弱(심신미약)
심신미약(心神微弱)은 마음과 몸(心身)이 아니다. ‘마음과 혼’(心神)이다. '心神微弱'이라 함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해 행동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 어휘는 정신의학상의 관념이 아니라 법률상의 관념이다. 따라서 심신미약이라고 인정하는 판단의 주체는 법관이다. 형법은 ‘심신미약자는 한정책임능력자로서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 첫 공판에서 유족의 분노가 하늘에 닿을 듯 하다. “살인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면 안된다”며 울분을 토한다.
혼(魂=넋 혼)이란 한자는 비물질, 즉 귀신(鬼)이 내 몸 안에 들어와 자신의 몸과 정신을 움직인다는 것인데, 그 귀신이란 개념은 ‘악하고 교활한 마음 상태’이며 이를 ‘귀신’이란 말로 표현했다. 비과학적이며 전근대적 용어다. 사람의 몸 안에서 몸과 정신을 다스린다는 비물질적인 의미의 혼은 결국 범죄 행위자가 한 것이 아니라 귀신이 했다는 뜻이 되고 만다.
이 피하기 좋은 ‘귀신’ 즉 ‘心神微弱’ 법률 개념으로 많은 범죄자들이 감형을 받는다. 판사들 입장에서 “너 안의 귀신이 너를 조종해서 한 것이니 네가 감량되거나 무죄인 것이 맞다”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국민의 법감정은 피의자의 심신미약 강조가 턱없이 반영되는 것에 극도의 분노 상태가 되고 만다. 최원종 공판의 유족 울부짖음은 악에 대한 법적 관대함에 거친 항의인 셈이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도무지 믿기지 않은 판결이 나올 때 ‘재판거래’의 의심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평상시 심신(心神)장애가 있는 사람이 그러한 것도 아니고 멀쩡히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는 자가 악한 생각과 교활함으로 살인 등과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데 이를 “그 자 몸속에 들어간 되도 않는 귀신이 했다”며 ‘심신미약’을 들어 판결에 반영한다. 인간 삶의 본질을 무너뜨리는 판단이다. 결국 법률이 ‘악의 제도화’를 공고히 해주는 셈이다.
心 마음 심
神 귀신 신
微 작을 미
弱 쇠할 약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