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장기화 입장을 밝힌 영향이다.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미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2030세대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물 은행채(무보증, AAA) 금리는 21일 기준 4.517%를 기록해 올해 3월 2일(4.564%)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물(4.419%), 1년물(4.060%), 6개월물(3.967%) 모두 최근 금리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채 금리는 먼저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은행채 발행 물량은 금융감독원 집계 기준 7조9053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7253억원(89.1%) 급증했다. 대출 수요가 늘고 지난해 하반기 예치한 고금리 예금상품의 만기가 돌아와 채권 발행이 증가해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국내 국채 금리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미 국채 금리가 연준의 결정에 따라 상승한 영향도 은행채 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4.494%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고치다. 미 국채의 영향으로 국내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채 금리가 자연스럽게 따라 오르는 구조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달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17~7.099%로 집계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달 중순 전까지 6%대 머물러왔지만 최근 7%를 넘어섰다.
고정형(혼합형) 금리도 연 3.90~6.469% 수준까지 올랐다. 은행채 5년물은 고정형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주고, 6개월물은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채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상승에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특히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 청년층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20대와 30대의 국내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각각 1.4%, 0.6%로 전년동기 대비 2배 늘었다. 전연령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저신용 차주(연체자 포함)를 위해 지원하는 소액생계비 대출의 미납율도 2030세대가 가장 높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의 이자 미납률은 24.5%에 달했다. 뒤이어 △30대 17.7% △40대 13.5% △50대 9.7% △60대 7.4% △70대 이상 7.2% 순이다.
2030세대의 채무 부실 문제와 관련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이에 ‘청년 금융 실태조사’에 나섰다. 2030세대의 금융 취약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해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