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스피 지수가 최근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들은 산재하나 분위기 반전을 위한 호재는 전무하다. 이같은 상황 속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코스피 지수의 하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310.55에 장을 종료했다. 지난달 말 2465.07을 기록했으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6.26%나 떨어졌다. 지난 26일에는 당일에만 2.71%나 급락하면서 2300대를 밑돈 2299.08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1월6일 이후 처음이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도 지난해 9월26일에 기록한 -3.02% 이후 가장 높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낙폭을 거듭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오후 5시 직후(미 동부시간) 연 5.001%를 기록한 이후 4.9%로 마감했다. 해당 금리가 연 5%를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또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폭락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3% 밀린 1만2821.22로 장을 마감했다. 당시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주가는 9.51% 하락해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탓이다. 애플(-1.35%)과 테슬라(-1.89%), 아마존(-5.58%), 메타(-4.17%) 등 다른 기술주들도 급락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는 점도 증시 변동성을 심화시킨 요인이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생한 분쟁은 투자심리 위축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데다 확전 시 시장 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국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에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경고하며 참전을 시사해 확전 우려까지 커진 상황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발생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며 “미국의 긴축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상승한 데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대규모 가자지구 급습 소식에 증시 낙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인해 증권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도 증시의 하락폭을 확대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산재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증시 분위기를 반전시킬 재료가 없다고 진단한다.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밑돌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주간 코스피 예상밴드를 2250~2370p 선을 제시했다. 4분기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된 점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영향이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긍정적 신호를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채 금리가 5%에 근접한 레벨에서 채권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 요인”이라며 “주식시장이 악재를 과도하게 반영하는 국면에서 저평가 메리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170조원 수준에서 적정 지수는 2360p다”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단은 2130p, 상단 2607p로 계산된다. 올해 실적으로만 보면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 연구원은 “같은 논리로 내년 영업이익 198조원을 가정해 계산하면, 2380~2870p로 집계된다”며 “지난해처럼 주가가 적정 수준을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저평가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확인 전까지 기존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하는 관망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미 연준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1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다만 큰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물가 목표와 통화정책을 고수한다는 의지를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11월에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7.4%로 나타났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전부 확인하고 시장 대응에 나서도 지금은 전혀 늦지 않다"며 "이미 코스피는 많이 빠져 있고, 여전히 바닥 다지기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와 저베타 고배당 매력을 보유한 금융주를 주목한다”며 “아직 전면적인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