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올해 ESG 평가가 발표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합 등급 A+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형 증권사는 고등급으로 나타났으나,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뒤떨어졌다. 다만 최근 중소형 증권사에서 ESG 성과를 담은 보고서 발간에 나선 만큼 향후 평가 개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한국ESG기준원(KCGS)이 발표한 ‘2023년 한국ESG기준원(KCGS) ESG 평가 및 등급 공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6개 증권사 가운데 ESG 통합 등급 A+ 이상을 받은 회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등급 A를 받은 증권사는 NH투자·미래에셋·한화투자·현대차증권으로 총 4곳뿐이었다.
통합 등급 B+등급으로 확인된 증권사는 SK·교보·다올투자·대신·삼성·신영·키움증권 등 총 7곳으로 확인됐다. B등급은 유진투자증권 홀로 존재했다. C등급의 경우 부국·유안타·유화·이베스트·한양증권 등 5곳이었고, 가장 낮은 D등급은 상상인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이 환경(E), 사회(S) 부문 등급평가에서 제외되는 점을 감안해 지배구조(G) 부문으로 한정한 결과 통합 등급에서 호평을 받은 증권사도 다수 내려갔다. 해당 부문에서 A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뿐이었다. 통합 등급 A를 받은 증권사들 중 한화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B+를 받았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B~D 등급이다.
KCGS는 ESG 등급 체계를 S등급부터 D등급까지 총 7개로 분류하고 있다. 절대평가로 등급별 점수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는 게 KCGS 측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포진한 중 A+~B+등급까지는 매우 우수하거나 양호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B등급부터다. B등급과 C등급은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로 노력이 필요한 상태여서다. D등급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KCGS 측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및 금융사 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상위권 기업의 비율은 증가 또는 유지됐으나, B등급(보통) 기업 비율은 줄어 하위권(C,D등급)은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경우 예년과 큰 차이가 없어 상·하위권 기업의 격차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KCGS의 ESG 평가 방법론을 살펴보면, 환경(E) 분야는 위험관리와 운영 및 성과, 이해관계자 소통을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온다. 사회(S)의 경우 노동관행, 직장 내 안전보건, 인권, 공정 운영 관행, 정보보호, 지역 사회 참여 및 개발 등이었다. 마지막으로 G(지배구조)의 금융회사 평가 분류는 이사회와 주주권 보호, 최고경영자, 보수, 위험관리, 감사기구 및 내부통제, 이해관계자 소통 등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잠재적 우발부채로 평가되는 소송건수와 이에 따른 소송가액은 반영되지 않는다. KCGS 관계자는 “소송 같은 경우 단순한 민사도 많다”며 “그 때문에 실제로 소송과 관련된 게 현실화된 이후 파악한 다음, 그 리스크가 지배구조 문제로 내부통제가 안 된 것으로 판단될 때 해당 시점에 평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사례로도 확인된다. KCGS는 지난해 3분기 한국투자증권의 ESG 등급 중 지배구조(G) 부문 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팝펀딩 관련 불완전판매 이슈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과태료 29억2000만원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KCGS는 조정사유로 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와 내부통제 미흡을 들었다.
그러나 향후 증권사들의 ESG 평가 등급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이 업계를 불문하고 필수 조건으로 자리매김한 영향이다. 최근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ESG 제고를 위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놓는 상황이다.
일례로 SK증권은 지난달 31일 지속가능경영 주요 성과를 담은 첫 번째‘SK증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을 발간했다. 구체적으로 지속가능한 파이낸스, ESG 퍼포먼스, ESG 펀더멘털 등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ESG 중장기 전략 실행을 위한 계획과 핵심 영역에 대한 이행 현황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지난해 수립한 ‘이해관계자의 행복과 성장을 돕는 지속가능한 금융(Sustainability and Beyond)’이라는 ESG 전략을 통해 오는 2050년 탄소중립 실천, 이해관계자를 위한 행복의 선순환, 투명한 경영활동으로 3대 전략 방향을 설정했다. 또 최근 3개년 동안의 ESG 데이터도 보고서에 담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ESG 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나 ESG 관련 투자 등을 중심으로 ESG 제고를 위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