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영하권 날씨가 예보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방전 및 성능 저하와 ‘히트 펌프’ 불법 개조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기아 EV9(2WD 19인치)의 주행거리는 상온(영상 20~30도) 508km, 저온(영하 7도) 368km로 140km 차이가 난다. 상온 대비 효율은 72.4%인 셈이다. 현대차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18인치) 역시 상온 544km, 저온 428km로 100km 이상 감소한다.
외부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면서 주행거리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실내 난방 시에도 배터리를 사용해 겨울철 에너지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겨울철 전기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이 이와 같은 불편을 해소하려는 방법으로 ‘불법 개조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업계에서는 겨울철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들에 대해 불법으로 히트 펌프를 개조해 발생한 사고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며 “최근 발생한 전기택시 화재도 불법으로 개조한 무시동 히터 차량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기차 화재는 34건 발생했다. 지난 2020년 12건, 2021년 15건이었다가 지난해 33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발생한 건수만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며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전기차의 불법 개조가 비교적 쉬운 이유는 앞쪽에 엔진이 존재하지 않아 해당 공간을 수납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렁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 임의로 ‘무시동 히터’를 설치한다. 자동차의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경유나 등유를 연소시켜 공기나 물을 가열해 자동차 내부를 난방하는 식이다. 이 때 배출가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관련 기준이 없는 상태다.
겨울철 히트 펌프 불법 개조 문제도 크다. ‘히트 펌프’는 겨울에 배터리를 따듯하게 만들어 배터리가 방전되는 속도를 더디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히트 펌프를 전기차 차량 내에 탑재하는 분위기다. 다만 차량 별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700만원이 들어 히프 펌프 구매를 꺼리는 운전자들이 많다.
김 협회장은 “따듯한 계절에 전기차를 구매한 운전자들이 차량 구매 시 히트펌프를 빼고 구매했다가 겨울에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차량 구매 후 히트 펌프를 추가하고 싶어도 정식으로 탑재하는 절차가 까다롭거나 비용이 높아 불법 개조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량 구매 후 별도로 히트 펌프를 탑재하는 경우 1톤 전기트럭을 기준으로 최대 7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 충전 속도 저하와 함께 주행거리가 줄어 히트 펌프를 탑재하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돼 불법 개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경제적으로 히트 펌프 탑재가 가능하도록 노력해 줘야한다”며 “불법 개조 시장을 통해 히트 펌프 혹은 무시동 히터를 설치한 뒤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운전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