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정본부에 ‘낙하산 인사’ 111명 뚝…현장 집배원들 ‘곡소리’

[단독] 우정본부에 ‘낙하산 인사’ 111명 뚝…현장 집배원들 ‘곡소리’

세금 대신 사업 수익으로 모든 비용 충당
전문성·연속성 필요한데 ‘1년’ 찔끔 있다가 귀환
‘오락가락’ 정책 기조에…현장 혼란 가중
우정본부 내 승진 적재 유발키도

기사승인 2023-12-01 16:53:4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우정사업본부를 ‘고속 승진 창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1년 남짓 근무한 뒤 기존 부처로 되돌아가는 일을 반복하면서다. 잦은 상급자 교체로 현장 실무자들의 혼란은 커지는 실정이다.

1일 쿠키뉴스가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도별 우정사업본부(우정본부) 전입 현황’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과기부에서 우정본부로 전입한 공무원은 111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고위 36명, 3급 5명, 4급 33명, 5급 34명, 6급 3명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9명(고위 3명·4급 5명·5급 1명) △2017년 14명(고위 3명·4급 5명·5급 5명·6급 1명) △2018년 19명(고위7명·3급 2명·4급 8명·5급 2명) △2019년 23명(고위 6명·3급 2명·4급 10명·5급 4명·6급 1명 △2020년 1명(고위 1명) △2021년 18명 고위(7명·4급 4명·5급 6명·6급 1명) △2022년 16명(고위 8명·3급 1명·4급 1명·5급 6명) △2023년 11명 (고위 1명·5급 10명)이었다.

우정본부 특성상 이같은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 현장 실무자들의 혼란은 가중된다. 우정본부는 과기부 산하 ‘정부 기업’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과 달리 자체적인 사업 수익 기반인 ‘특별회계예산’으로 굴러간다. 신분상 공무원인 집배원 임금을 포함해 모든 운영비용을 자체 사업으로 벌어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안정성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선 전문성·연속성이 확보된 책임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전입한 고위 공무원들이 1년 내에 과기부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현행 공무원 임용령 제31조 승진소요최저연수 조항에 따르면, 일반직공무원과 달리 우정직공무원 5급·6급은 각 3년 이상 재직하도록 규정해 승진이 6개월에서 1년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 공무원들이 우정본부를 통해 승진 등 혜택을 누린 후 ‘친정’에 돌아가 정년퇴직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못된 관행’은 승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과기부에서 정년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은 우정사업본부 산하 공공기관의 요직을 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독점한다. 우체국물류지원단, 우체국시설관리단, 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우편산업진흥원 등 다양하다. 이들은 촘촘히 짜인 피라미드식 먹이사슬 속에서 퇴직과 동시에 불패의 권력을 누린다.

우정본부 내부 인사들의 고충은 크다. 낙하산 인사들이 업무 파악은 고사하고 잠시 스쳐가는 자리로만 생각하다 보니 책임감과 전문성 결여, 리더십 부재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우정본부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이 현장에 자리 잡아야 하는데 현 구조에선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전입한 고위급 공무원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내에 가버리기 때문에 정책 기조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피해는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우정본부 내 중·하위급 공무원 승진이 막히는 경우다. 현 공무원 인사교류제도는 동일 직렬·계급의 1:1 혹은 다자 간 상호 맞교환이 원칙이다. 혹은 업무상 관련성·전문성·필요성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과기부가 원칙을 지키지 않아왔다는 게 우정노조의 입장이다. 동일직급이 아닌 상위직급을 우정본부로 내려 보내고, 소수의 하위직급만 과기부로 받아들이는 비대칭적 인사교류라는 주장이다. 우정본부 내부에서도 과기부의 외압 인사가 여전하다는 불만이 포착된다.

또 다른 우정노조 관계자는 “과기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 관행은 불공정한 인사 갑질”이라며 “우정본부의 발전을 위해서 현장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물이 선임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