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결국 좌초 위기에 빠졌다. 당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의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를 요구한 혁신안 안건이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지 않으면서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조기 해체 수순을 밟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극약처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는 혁신안 상정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안건이 보고되지 않았다”며 “혁신위 측에서 공식적으로 보고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할 수 없는 내용으로 결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혁신위) 본연의 역할 범주, 성격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혁신위가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번 갈등의 책임을 혁신위에 돌린 것이다.
혁신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에 나섰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공지를 통해 “어제 기획조정국에 ‘월요일 최고위에 안건 상정되느냐, 누가 보고해야 하느냐’ 의논하니까 ‘향후 혁신위 안건 모두를 모아서 상정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최고위에 안건 상정 요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목요일(7일) 최고위에 상정 요청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에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번 회의를 마치고 난 다음 별도 요청이 없었다”며 “(혁신위에) 최종보고서에 담을 내용을 정리해 달라 요청했고, 정리 중이라고 했다”고 재반박했다. 이 사무총장은 “(안건을 제출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우리가 (볼 것이다). 혁신위에서 하는데 하지 말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지도부가 혁신안 거부 의사를 재차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이날은 인요한 위원장이 자신을 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답을 달라고 제시한 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셀프 공천관리위원장 추천’을 향해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그런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혁신위는 오는 7일 최고위에 다시 한 번 안건 상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까지 지도부의 입장을 기다린 후, 인 위원장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혁신위가 이날 최고위에 공식 안건으로 ‘비대위 전환’을 제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혁신위가 조기 해체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마지막 카드로 비대위 전환을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날 개각 대상에 포함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당 복귀가 점쳐지는 만큼 원 장관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 체제가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침묵이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위에 전권을 약속한 김 대표가 혁신위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모습은 여권 전체의 혁신 진정성마저 흔들 가능성이 크다. 혁신위가 마지막 보루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요구할 시, 모든 책임이 김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혁신위를 이렇게 말아먹은 김기현 지도부도 공동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인요한이 죽으면 김기현도 죽는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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