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소송’ 대법원행…대응 고심 깊어지는 건보공단

‘발사르탄 소송’ 대법원행…대응 고심 깊어지는 건보공단

기사승인 2023-12-05 06:00:57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진=심하연 기자

불순물 검출로 촉발된 발사르탄 제제의 후속 조치에 소요된 금액(구상금)을 둘러싼 정부와 제약사들의 법적 공방이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1심과 달리 2심에서 제약사 승소 판결이 났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에 불복해 상고심을 제기하면서다. 대법원이 2심 선고를 그대로 인용할 경우 건보공단이 제약사들에 지급해야 하는 채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건보공단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4일 제약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달 30일 법원에 34개 제약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10일 2심 패소 판결이 나온 지 20일 만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 소송은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정부가 해당 품목의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내리고 제약사 69곳을 대상으로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요구했다. 발사르탄 불순물 파동 이후 환자들에게 기존 처방에 따른 교환을 진행하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2019년 11월 36곳의 제약사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 선고에서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불순물 의약품이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구상금과 함께 2년여간 소송이 진행되며 납부가 미뤄진 이자도 추가로 지급했다.

그러나 34곳의 제약사들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지난달 10일 서울고등법원은 2심 선고에서 21개 제약사에 대해선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13곳은 납부고지서에 명시한 채무 중 일부분에 한해서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에 제약사들의 채무가 인정되지 않은 금액과 함께 2019년 11월1일부터 2023년 11월1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1심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재판 결과가 판가름되며 제약사들로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며 “2심에서 일부 승소로 다소 합리적인 판단이 나온 만큼 마지막 3심 재판에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2심 결과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심 판결대로라면 1심에서 승소한 건보공단은 채무 의무가 없는 제약사에게 구상금과 이자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 건보공단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6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연 12%의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재판이 장기화된다면 건보공단이 지급해야 하는 채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상황이 역전되자 건보공단은 2심 판결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의약품으로 인한 위해로부터 소비자가 보호될 필요성을 감안할 때 소비자가 대체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재처방, 재조제를 받음으로써 발생한 비용은 확대 손해로 봐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확대 손해란 배상 범위에 관한 손해에서 하자로 인한 직접적인 1차 손해 외에 그 손해로 인해 발생된 2차 손해를 말한다.

그러면서 “2심은 원고들의 불법행위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사르탄 의약품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방법을 공고한 이후에야 원고들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며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결함 없는 의약품의 제조·판매 수단을 강구할 책임이 있고, NDMA는 생산 전부터 유해 물질로 분류돼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책임을 모두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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