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사령탑에 오른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취임 일성으로는 ‘운동권 정치 청산’을 약속하며 더불어민주당의 폭주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2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입장을 발표하며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의 안위보다 국민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선민후사(先民後私)’를 강조하며 “오직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지만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며 “(대신) 여기 계신 누구보다도 열심히 뛸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수락 연설을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는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이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현 민주당을 부정부패 세력으로 규정하며 작심 비판했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흔들리는 집권 여당 민심을 결집 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중대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은 것을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 폭주하며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년간 386,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개혁의 딸)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한 이들에게만 공천하겠다는 강력한 방침도 내놨다. 한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한 분들만 공천하겠다”며 “당선이 된 후에라도 약속 어기면 출당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는 달라야하지 않겠느냐”며 이른바 ‘방탄 논란’에 휩싸인 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다만 국민의힘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한 비대위원장은 “당대표가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중대범죄로 형사 재판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냉정히 반성하자”며 “무기력 속에 안주하지 말자. 계산하고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한다. 국민께서 합리적인 비판을 하면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반응하고 바꾸자”고 촉구했다.
지난 대선을 통해 이뤄낸 ‘정권 교체’ 경험도 재조명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위대한 대한민국과 동료시민들은 훨씬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는 분들”이라며 “지금 비록 소수당이지만 대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해 대통령을 보유한, 정책의 집행을 맡은 정부여당이다. 우리의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정책은 실천이 보장되지 않는 약속일 뿐이다. 굉장히 큰 차이이고, 그 차이를 십분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할 눈 앞에 닥친 명분은 선명하다”며 “저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용기와 헌신은 대한민국 영웅들이 어려움을 이겨낸 무기였다. 그 무기를 다시 들자”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야당이 국회 처리를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선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 당과 국민의힘, 대통령실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특검법 수용 불가’로 입장을 정한 데 대해 질문에 “총선용 악법”이라면서도 “당과 충분히 논의하고 책임 있게 발언하겠다”고 답변했다.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이 모일수록 강해진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취임하게 되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어떤 특정한 분들을 전제로 해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민의힘 새 비대위원장에 임명됐다. 온라인으로 열린 전국위원회 투표에는 전국위원 재적 824명 중 650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627명, 반대 23명이었다. 함께 상정된 비대위 설치 안건은 찬성 641명, 반대 9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1973년생(50세)인 한 비대위원장은 역대 보수 정당 최연소 비대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