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는 작가 되기”…독립출판 왜 하냐면요

“새해 목표는 작가 되기”…독립출판 왜 하냐면요

기사승인 2024-01-06 14:00:01
부산 남구 한 독립서점에서 열린 글쓰기 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글을 적고 있다. 독자 박미은

최근 전업 작가가 아니어도 독립출판으로 자신의 책을 출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성과 기획, 편집, 디자인, 홍보 등 책 출간을 위해 활용할 수단이 늘어났고, 책을 판매할 독립서점도 늘어나며 진입장벽이 낮아진 영향이다.

독립출판은 작가가 스스로 모든 책 출간 과정을 진행하는 출판 방식을 의미한다. 과거 출판사에 투고한 원고가 채택되거나, 등단 후 출판사에 출판 과정을 일임하는 방식으로 책을 출간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방식이다. 독립출판물에서 기성 출판물에서 다루지 않은 관심 분야의 책을 만날 수도 있다. 지난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외국 영화에 나온 샌드위치 등장 장면을 수집한 도감이나, 과거 삐삐로 전달하던 ‘486(사랑해)’ 같은 암호 의미를 담아둔 독립출판물이 실제 삐삐 크기로 제작되기도 한다.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독립 출판물과 제작하는 팀 수도 늘어났다. 쿠키뉴스가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독립출판물 수는 765종으로 2022년 484종에서 58%가 늘어났다. 제작팀 수 역시 지난해에 2022년 대비 15% 증가했다.

독립출판만 다루는 북페어도 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9~10일 부산 부산진구 KT&G 상상마당 부산에서 부산·경남지역 첫 독립출판 페스티벌인 ‘마우스 북페어’가 열렸다. 출판 관련 창작자를 지원하는 플랫폼P에서도 지난해 5월13일 북페어 ‘마포 책소동’을 열었다. 마우스 북페어는 이틀 동안 1600명, 마포 책소동은 하루 만에 1000여명이 다녀갔다. 아트북과 독립출판물을 같이 다루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지난해 벌써 15회를 맞이했다. 부산 남구에서 나락서점을 운영하는 박미은 대표는 “북페어에서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클래스를 진행했더니, 편집을 중점적으로 다룬 클래스가 가장 인기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한 독립서점에 독립출판물이 놓여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독립출판이 보편화되며 올해 새해 목표로 꼽는 이들이 많아졌다. 부산 남구에서 나락서점을 운영하는 박미은 대표는 "지난해 북페어 참가자로 부스를 낸 친구를 보러 왔다가 자신도 올해엔 책을 내서 참여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출판에 관심이 생겨서 어떻게 내면 되는지 묻거나, 자신도 책을 낼 계획이 있다는 이들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 역시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북토크에 찾아왔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라며 “블로그처럼 자신의 생각을 말할 곳이 많아진 영향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블로그나 X(옛 트위터) 등에선 ‘책 쓰기’, ‘책 내기’, ‘독립출판 내기’ 등 자신의 계획을 올린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누구든 독립출판을 통해 보편적인 삶과 멀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건 커다란 장점이다. 박미은 대표는 “등단 시스템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움이 독립출판의 매력”이라며 “작가들이 가까이 있는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2년 전 첫 독립출판물을 낸 소보로 작가는 “독립출판으로 낸 책을 읽고 자신도 그랬다며 공감해주는 독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라며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내 삶이 의미를 갖게 된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전보다 독립출판이 쉬워진 건 책을 소량으로 인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개인의 적은 자본으로도 독립출판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품질이 좋은 인쇄 방식인 옵셋 인쇄로 책을 내려면, 과거엔 기본 500부 이상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 500부 미만으로 옵셋 인쇄가 가능한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 부평구 한 독립서점 대표는 “인쇄소에서도 독립출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100부, 200부로도 인쇄해주는 곳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와 텀블벅 등에선 100권 단위가 아닌 10권 단위로도 책을 인쇄해준다.

독립출판물을 유통‧홍보할 수 있는 경로도 전보다 많아졌다. 지난해 인디펍에 입점한 독립서점 수는 2022년보다 32% 증가했다. 유튜브나 SNS 등 자신의 책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도 다양하다.

자신의 책 출판을 준비하던 김가은 작가는 독립출판 에세이를 접한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독립출판물을 찾아 보고 있다. 그는 “시시할 것 같은 타인의 일상이 농밀하고 애틋하게 담겨있다”라며 “살갗을 마주하는 것 같은 깊은 감정과 사색은 독립출판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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