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야권 통합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윤석열’을 기치로 야권 연합정치를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위성정당 출현을 법으로 막겠다던 과거 대선 당시 약속을 뒤집으면서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 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며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4월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병립형 회귀를 두고 격론을 벌이다 결정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한 바 있다.
그간 당내에선 '병립형 회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선거제를 바꾸기엔 혼란이 예상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병립형 회귀가 당장 민주당 의석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진보진영의 소수정당의 반발 등을 감안해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를 바꿔서 진보진영의 반발을 키우기보다 야권통합을 구성한 것.
이 대표의 결정으로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합이 지역구 연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이후 가진 간담회에서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 비례선거까지 선거에 관한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례연합정당의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병립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촉구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본인이 했던 약속을 어기면서 병립형은 퇴행, 준연동형은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언어도단 앞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제2의 윤미향, 김의겸, 최강욱, 그리고 개딸 정치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의석 나눠먹기와 의회독재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관계자도 “선거 막판에 와서 결정하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 선거제도로 국민들만 피를 보게 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빨리 결정하지 않음으로써 후보자 등 다양한 계층들이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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