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에서 리튬, 니켈 등 주요 생산 업체들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희귀 광물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3사 주요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북미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올 한해에만 25조원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이 555억 달러(약 74조원)라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 발 빠르게 미국에 거점을 확보한 배경에는 무역 흑자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은 445억 달러(약 59조3000억원) 기록한 미국으로 자동차와 이차전지에서 호조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자금을 투자한 것이다.
문제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리튬·니켈 가격 폭락으로 주요 광물의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전기차 둔화 현상으로 세계 최대 리튬 생산 및 가공업체인 미국의 알버말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제적 기반이 없다고 밝히면서 북미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공급망 다각화를 계획한 국내 기업의 계획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SK온의 경우 올해만 7조5000억원을 북미 지역에 쏟아붓는다. 미국 포드자동차와 만든 합작법인(JV)인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현대차와 함께 만든 조지아 JV 등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 12일에는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인 웨스트워터와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웨스트워터에서 정제한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를 SK온이 개발 중인 배터리에 적용하고, 그 성능을 함께 개선할 방침이다.
이러한 계획에도 SK온의 주요 거래처인 포드가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자금 조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일부 IB들을 대상으로 제안을 받아 시장 등 외부 의견을 확인하고 있다"며 북미 투자는 글로벌 투자 유치 검토 차원에서 여러 재원 마련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의 수주 잔고는 약 1000조원으로 예상된다”라며 “각 사가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어 수요 회복기에 대비해 그동안 설비 투자에 집중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