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에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도 알뜰폰 혹은 이동통신 사업에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비금융 포트폴리오 확대와 고객 확보 이점이 있는 알뜰폰 사업을 통해 외연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다만 가장 성공적인 진출 사례인 KB국민은행도 아직 알뜰폰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알뜰폰 사업과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최근 알뜰폰 사업을 위한 새 조직 구성에 착수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디지털 그룹 내 신사업 제휴 추진부를 신설하고 이종산업과의 제휴 등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그 첫 검토 대상이 알뜰폰 사업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지정했다. 지난 2019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부수 업무로 신고하면 다른 은행들도 직접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은 현재 KB리브엠 부수업무 신고를 위해 금융당국과 지정요건 협의만을 남긴 상황인데, 국민은행이 리브엠 사업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만큼 지정요건 통과는 확정된 수순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은행은 아직 알뜰폰 직접 사업에 대한 법적 기반이 없지만, 향후 은행의 알뜰폰 사업 승인을 감안해 사전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은 비이자이익 영업 확대와 뿐만 아니라 향후 은행의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중요한 역량인 모바일 금융서비스 능력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이동통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5G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는데 성공한 제4이동통신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신한금융은 스테이지파이브와 연이 깊다. 지난 2021년부터 스테이지파이브와 그룹 차원에서 금융과 통신이 결합된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슈퍼쏠의 전신인 신한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비금융 서비스의 일환으로 스테이지파이브의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통신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KB국민은행의 성공사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리브모바일의 경우 출시 초기인 2019년 가입자가 5000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9만명, 2021년 23만명, 2022년 39만명을 넘어 2023년 41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알뜰폰 자회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은 신규 고객 유입과 비금융 데이터 확보라는 두 가지 이득을 얻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민은행 입출금 계좌와 신용카드를 보유해야 하는 데다,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통신료를 납부하면 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기존 여수신 업무에서는 확보할 수 없는 통신료 납부 내역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를 진행하거나 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같은 다양한 신사업 진출 가능성에 다른 금융사들도 통신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다만 통신시장에 금융사들이 진출하며 경쟁이 격화될 경우 출혈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리브모바일도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39억원, 18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의 통신시장 진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신사업 진출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고 핀테크와 경쟁하며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알뜰폰 사업이 은행권에 안정적인 비이자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기존에 없던 통신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