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1997~2012년생)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되며 직장 내에서 밀레니얼 세대(M세대 1981~1996년생)와의 충돌이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직장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고마워요’, ‘수고해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 커뮤니티에는 “신입이 나한테 계속 ‘고마워요’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거슬리지”라는 제목의 글이 1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해당 글엔 대리 직급인 자신이 신입 사원에게 ‘고마워요’ ‘들어가요’라는 얘길 듣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이는 비슷해도 그 태도가 거슬린다는 얘기다. 해당 글엔 “이게 꼰대면 난 꼰대할래” “‘수고해요’, ‘미안해요’도 짜증난다” “혹시 신입 외국인이야?” “‘요’만 붙이면 다 존댓말인 줄 아나” 등 700여개 댓글이 달렸다.
직장생활 중인 밀레니얼 세대들은 해당 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6년차 직장인 서지희(30)씨는 지난해 입사한 신입직원에게 업무를 알려주다가 크게 당황한 경험이 있다. 서씨에게 업무를 배운 신입직원이 “선배 참 잘 가르쳐주네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신입이 선배인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라며 “얘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으나 꼰대 소리 들을까 봐 못했다”고 털어놨다.
Z세대 청년들은 말투나 단어보다 발화 의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이서영(23‧가명)씨는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날에 ‘수고하세요’라고 말했다가 꾸중을 들은 경험이 있다. 이씨는 “‘고생하세요’라고 말할까 고민하다가 더 예의 없는 느낌일 것 같아 수고하시라고 말한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이씨는 “사실 수고하라는 뜻이나 고생하라는 뜻이나 같은 의미인데 아랫사람이 했다고 혼나는 건 억울하다”라며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짜장면·자장면 다 표준어가 된 것처럼 윗사람과 아랫사람 용어로 구분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논쟁이 예의범절 문제가 아닌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8년차 직장인 김정우(35‧가명)씨는 “최근에 ‘미안해요. 고마워요. 해줄 수 있어요?’ 등 애매하게 존대하는 신입이 있었다”라며 “이 친구만 그런 줄 알았는데, 새로 온 신입도 이렇게 말해서 특정 개인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신입직원이 다른 곳에서도 실수할까 봐 고민 끝에 지적했다고 한다. 이어 “윗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말인 줄 몰랐다고 하길래 요즘 입사하는 신입들이 전반적으로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거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M세대와 Z세대 간의 갈등은 미디어가 만든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해당 갈등은 미디어를 통해 접한 Z세대의 특성 때문”이라며 “Z세대가 합리적인 의견 개진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해석해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마워요’, ‘수고해요’ 등을 지적하는 것이 껄끄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직 생활에서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이기에 감정을 담지 않고 피드백 차원에서 소통하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고 조언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