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웃음짓는 원유·탄소배출 ETF…“변동성은 주의”

고유가에 웃음짓는 원유·탄소배출 ETF…“변동성은 주의”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국제 유가 ‘급등’
원유·탄소배출 ETF, 최대 ‘두 자릿수’ 수익률 선보여
전문가 “높은 변동성 주의해야…장기 투자는 유의”

기사승인 2024-04-23 06:00:38
뉴멕시코주 리빙턴 근처 원유 펌프 잭. AP=연합뉴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에 국제 유가가 급등세다. 이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수익률이 덩달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수혜 상품인 원유 ETF 외에도 탄소배출권 관련 ETF까지 강세를 보인다. 다만 ETF 상승세의 배경인 유가의 경우 이슈 변화에 민감한 만큼 변동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15% 오른 82.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유럽 런던ICE선물거래소의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0.21% 상승한 배럴당 87.29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연초 대비 16.82%, 13.30% 급등한 수준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수요 전망 확산과 동시에 산유국들의 감산 돌입 지속이 맞물린 영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13일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일평균 17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 올해 연간 석유 수요 전망치도 13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플러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비디오 컨퍼런스 회의에서 원유 감산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OPEC플러스는 오는 2분기까지 자발적으로 하루 220만배럴의 생산량을 감산할 계획이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 나오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게 작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은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진실의 약속 작전’을 개시한다고 밝히며 탄도·순항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래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첫 직접 공격이다. 이후 이스라엘도 이란 내부시설을 타격하는 등 보복공격에 나섰다. 불확실성 악재 발생으로 원유 가격이 상방 압력을 받은 것이다.

이같은 원유 가격 급등에 관련 ETF가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 1월16일 상장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미국원유에너지기업’ ETF는 상장 이후 전날까지 19.22% 상승한 1만1970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상장 ETF 상품군 가운데 수익률 기준 상위 약 3%대에 해당하는 성과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 ETF는 연초 1만3760원에서 전날 1만5640원으로 13.66% 올랐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 상품도 4140원에서 12.68% 상승한 4665원을 기록했다.

탄소배출권 관련 ETF도 최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탄소배출권은 유가 등 원자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대체재인 석탄 사용량이 늘자 덩달아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신한자산운용의 ‘SOL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 S&P(H)’ ETF는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12.97% 오른 9925원을 기록했다. 해당 ETF는 글로벌 탄소 중립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배출권에 투자한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과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ETF도 각각 13.06%, 5.96% 오른 1만40원, 9510원으로 확인됐다.

투자업계에서는 원유·탄소배출 관련 ETF의 장기적인 투자보다 변동성을 살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해당 ETF의 상승 배경인 유가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격화되는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은 유가의 상방 리스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번 이슈가 실질적인 공급 차질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유가의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의 대응 방안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관련 이슈의 변화에 따라 유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스라엘의 재보복 감행 이후 이란측이 '전략적 인내'를 선택함으로써 리스크의 스노우볼 확산을 막았다”며 “하지만 이번 일로 이익을 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입장에서 같은 선택을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가 가격은 정확히 추종하기 어려워 장기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탄소배출권의 경우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가 존재해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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