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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를 닮은 듯 아닌 듯한 어눌한 목소리가 유튜브 광고 중간에 섞여 나온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말도 안되는 모습에 실소가 없을 정도로 조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투자 사기로 목돈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피해자들이 계속 속출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유명인을 사칭해 투자 권유를 하는 사기 광고들이 꾸준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전까지는 금융 투자 분야에서 실제로 뛰어난 면모를 보여왔던 금융투자자들이나 연예인들을 사칭하는 사기 수법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아닌 유명인을 마구잡이로 사칭해 투자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4월 중순부터 유튜브에서 나오기 시작한 손흥민 선수의 사칭 투자권유 광고도 이전의 사기 수법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의 실제 음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전체적인 문맥이나 말하는 톤이 매우 어색하다. 영상도 흐릿하고 화질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술들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중·노년 층들이 사기 광고를 보고 속을 수 있을 법한 수준의 영상이다.
광고를 눌러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손흥민입니다. 축구 선수로서 활약하는 동안 투자에도 많은 몇 년 동안 참여해왔습니다”라며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숫자 3을 치면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카오 오픈채팅은 차단돼 더 이상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유명인 투자 권유 사기는 찬찬히 보면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피해는 점차 커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만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리딩방의 불법행위 피해 건수가 1000건이 넘고 피해액은 12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기 수법이 막아도 막아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와 관계 당국도 사칭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각종 사칭 피해에 대해 제1호 이용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초상권 도용 정보와, 투자 자문을 유도하는 무등록, 무신고 업체들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단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초상권을 도용 당한 당사자가 직접 신고 접수를 하거나, 대리인이 하더라도 도용 당사자 신분증 사본으로 신원을 인증해야 신고 접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백하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사칭 광고가 주로 노출되는 플랫폼들이 움직이면서 대응 강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구글은 사칭 광고 발견 즉시 경고 없이 계정을 영구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사칭 광고 색출에는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역시 이달 5일 한국 뉴스룸 공지를 통해 사칭 계정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정책 위반 계정·페이지·광고를 정지·삭제하는 등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