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사람들, 감기로 진료 안 봐” 한국 의료시스템 지적한 캐나다병원 교수

“캐나다 사람들, 감기로 진료 안 봐” 한국 의료시스템 지적한 캐나다병원 교수

기사승인 2024-04-30 14:15:04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30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김태경 토론토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캐나다와 한국 의료의 차이를 짚었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유튜브 중계화면 캡처

“캐나다 사람들은 감기가 들어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한국과 캐나다 의료시스템을 모두 경험해본 캐나다 병원 교수가 한국의 의료시스템 문제점을 지적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 1위는 의사라며 의료계의 철저한 자정활동도 강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30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김태경 토론토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캐나다와 한국 의료를 비교하며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국내 전공의 80시간 근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캐나다에선 전공의들이 병원 진료 필수인력이 아니다. 당직은 있지만 당직 후엔 다음날 낮에 근무하지 않는다. 전공의 급여 전액을 캐나다 정부가 지원하며, 인턴 과정 없이 전공의 수련을 받는다. 전공의 간 연차가 달라도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가 유지되며, 전공의와 교수 간에도 상호 평가가 이뤄진다. 이 같은 대우로 한국에서 대표적 기피과로 꼽히는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의 전공의는 캐나다에선 미달 없이 채워진다.

김 교수는 “한국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선 의료사고 보험이 의무화돼야 한다. 한국 의사들은 위험하게 의사 생활을 한다”며 “캐나다는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사가 비영리 의료사고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주 정부가 가입비의 80%를 돌려준다”고 말했다. 한국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의사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한국 사람들이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가는 의료 이용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캐나다 사람들은 감기가 들어도 병원에 가지 않는데, 한국은 감기로 병원을 간다고 한다. 사실인가”라며 “캐나다의 급성심근경색증 입원 후 30일 내 사망률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데 이는 위중한 질환을 우선적으로 봐야한다는 국민적 합의 덕분이다”라고 강조했다. 감기 치료에 소요되는 예산을 줄여서 심근경색 등 응급·중증질환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비판이 많은 데 대해선 의사집단의 철저한 자정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은 ‘의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의사집단의 철저한 자정활동이 밑거름이 됐다. 투명한 수입 총액 공개도 의사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다. 캐나다에선 병원 청구서 발부 내역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또 환자는 자신의 의무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성실하게 의무기록을 작성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캐나다에서 의사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의사집단이 투명성, 개방성, 자정활동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사직 전공의들을 향해선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의료를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면서 다음 세대에 넘겨줄 수 있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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