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무인점포 전성시대다. 아이스크림·과자 할인점에서 시작한 무인점포가 카페·편의점·밀키트 등으로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 인건비 절약은 물론 창업도 손쉬워 무인점포 수는 늘고 있지만 피해 예방 규제가 미비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무인점포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전국의 무인점포 수는 1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6월 점검한 무인카페와 아이스크림·밀키트 등의 무인 판매점 수는 4000여개였다.
상품 구색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아이스크림·과자·라면·반찬 등 먹거리 위주로 시작해 반려용품점, 프린트카페, 문구점과 독서실까지 확대됐다. 특히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경우 과자와 음료, 밀키트 등으로 점차 품목을 늘리며 편의점 업주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무인점포는 편의점 업계에도 일상화되고 있다.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완전한 무인점포와 하이브리드형(특정 시간대 무인 운영)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대형 4사의 매장 5만5000여곳 중 무인점포는 120여개, 하이브리드형은 3600여개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창업 비용이 저렴하고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에 무인점포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자영업자들에게 인기를 끌지만 상주하는 인력이 없다보니 오히려 쉽게 범죄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한계도 있다.
무인점포의 상승세는 범죄의 표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무인점포 내 CCTV가 설치돼 있지만 도난이나 범죄를 방지하기엔 역부족이다. 일부 무인점포들은 쓰레기 투기나 청소년 절도, 주취자 난동에 따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인근에서 24시 무인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서 모씨(남·30대)는 “미성년자가 밤에 갈 곳이 없어서 무인카페에서 자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방문자들이 음료를 구입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출입하고 있어 문제라고 했다.
서씨는 “최근 밤 11시경 일행 5명이 방문해 새벽 1시까지 캔맥주 파티를 하고 갔다”며 “음료도 사지 않고 외부에서 사온 과자만 먹고 갔다. 경고문구 등을 매장에 붙이긴 했으나 예방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무인 점포의 식품 관리 문제도 커지고 있다. 무인 점포에서 식품 소비가 늘면서 관련 소비자 신고도 증가했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무인 점포 관련 신고는 2020년 9건에서 지난해 171건으로 3년 만에 19배 증가했다. 주요 신고내용은 소비(유통)기한 경과가 가장 많았고 △이물발견 △제품변질 △위생점검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는 고물가·고임금 시대에 앞으로도 무인 점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관련 규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특성상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 식품의 경우 특히 변질의 위험이 따른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무인점포 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적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주하는 인력이 없어 관리가 부실하고 대처 방안도 미비한 실정이다.
별다른 방범 대책도 없어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온다. 전문가는 보안에 취약한 무인점포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종합적인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무인매장이 급격히 늘고 있어 절도 등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점포 내 CCTV는 범죄가 발생한 후 범인 검거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장의 출입 절차를 엄격하게 하고 방범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의식도 강화해 올바른 소비자 의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지자체에서도 무인점포 안전기준 관리 등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정비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