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침체와 업황 부진 가운데서도 백화점들이 올 1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리뉴얼 점포와 해외사업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롯데쇼핑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5133억원으로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728억6100만원으로 26.1% 늘었다.
백화점 부문은 1분기 사상 최대 거래액(4조5000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8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03억원으로 31.7% 줄었다.
국내 사업에서 식품, 리빙, 럭셔리 상품군 중심으로 기존점 매출이 늘었고 해외에서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고마진 패션 상품군 매출 둔화 등으로 감소했으나 패션 수요가 늘어나는 2·4분기 부터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백화점은 지난해 말 식품관을 새롭게 오픈한 인천점과 ‘컨버전스형 쇼핑몰’로 변화하고 있는 수원점 등 리뉴얼 점포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외국인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본점과 대규모 단지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잠실점 등 대형 점포들이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김원재 롯데쇼핑 재무본부장은 “올해 1분기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전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 노력에 힘입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지속 증가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별도 기준 매출액 5936억원, 영업이익 10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8.3% 증가했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패션과 스포츠, 명품 군을 중심으로 매출 호조세를 보인 것이 수익성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면세점은 매출이 2405억원으로 27.6%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157억원에서 52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송객수수료 인하로 따이궁(보따리상)과의 거래가 줄어든 대신 수수료 비용 부담을 덜어 수익성을 개선했다. 다만 면세점과 지누스를 포함한 연결기준 순매출은 9517억원으로 13.3% 가량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689억원으로 11.6% 줄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누스는 고객사의 기존 재고 소진에 따른 신제품 출고 지연으로 이익이 감소했다”며 “매트리스 압축 포장 기술 고도화 및 주력 상품 교체가 이뤄지는 2분기부터는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날 신세계도 올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신세계백화점 1분기 매출은 6641억원으로 7.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137억원으로 3.1% 늘었다. 이는 별도 법인인 광주·대구·대전 신세계백화점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백화점과 더불어 주요 자회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대부분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지속된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다소 위축된 가운데 1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리뉴얼, 강남점 스위트파크 오픈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며 본업 경쟁력을 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명품 수요가 조금씩 회복하면서 백화점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에도 영향을 덜 받는 명품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 수요와 외국인 매출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도 비슷한 기조로 호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