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2년 만에 발간한 회고록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을 두고 “(정상 배우자의)첫 단독외교”라고 옹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외교 사례와 함께 “(김정숙 여사가) 처음이 아니다”라는 반박이 나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18일 출간한 ‘변방에서 중심으로: 문재인 회고록 외교안보편’에서 자신의 2018년 인도 방문을 언급하며 “당시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내게 설명하면서, 공원 개장 때 꼭 다시 와달라고 초청했다”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은 책에서 “나중에 기념공원을 개장할 때 인도 정부로부터 초청이 왔는데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가 어려웠다”며 “그래서 고사를 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을 하더라. 그래서 아내가 대신 개장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인도 정부의 초청으로 김 여사가 인도를 방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유성 출장이 아닌 인도 정부의 초청에 따른 공식 외교활동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는 반박이 나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당선자(전남 해남·완도·진도)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이) 영부인의 단독 외교라고 하는데, (영부인 단독 외교는) 그게 처음이 아니다. 제가 모셨던 이희호 여사님이 유엔총회 초청을 받아 연설하러 갔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지난 2002년 5월8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동특별총회 본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한 바 있다. 당시 이 여사는 김 대통령의 외교 행사에 동석한 것이 아니라, 정부 대표단 수석 대표 자격으로 단독으로 유엔에 갔다.
여당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해명을 일제히 질타했다. 김 여사의 ‘타지마할 관광’을 ‘여사 외교’로 둔갑시켰다는 비판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단독 외교가 아닌 단독 특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 혈세로 대통령의 전용기를 어떻게 쓰느냐”며 “장관이 가면 비용을 6,200만 원 정도 쓰는데 대통령 부인이 전속 요리사 데려가고 하면서 쓴 게 무려 3억7000만원이다. 15배 이상 썼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왜 누가 동행을 했고 관광 목적이 아닌지 의혹이 한 두 개가 아니다”라며 “(야권이) 계속 김건희 여사 특검하자고 하는데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은 결혼하기 전에 개인의 일이고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 부인으로 있을 때 얘기”라며 “특검을 한다면 김정숙 여사 특검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현진 국민의힘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국정감사를 통해 외교부가 김 여사를 초청해달라는 의사를 인도 측에 먼저 타진한 ‘셀프 초청’ 사실을 확인했고, 급히 예비비를 편성해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으면 달 수 없는 대통령 휘장을 대통령 1호기에 버젓이 걸고 대통령인 듯 인도를 다녀온 것을 모두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지마할 가서 단독외교 했으면 외교부가 보고서에 남겼을 텐데 왜 방문일지를 안 썼을까”라며 “국민을 어찌 보고 능청맞게 웬 흰소리인가”라고 꼬집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임 중 대통령 부인의 비용 지출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대통령 기록물로 봉함해서 감췄다”며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기록물도 특별검사를 통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