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를 만들면서 ‘이것도 이중화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저희보다 이중화를 많이 한 데이터센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안전성에 있어서는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았다”
카카오가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공개했다. 지난 2022년 10월15일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절치부심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다.
카카오는 11일 경기 안산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내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프레스 밋업’ 행사를 열고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공개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프레스 밋업 행사에 참석해 “카카오의 서비스가 국민 일상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일평균 100억건 이상의 메시지가 수발신된다. 카카오톡 자체 서비스뿐 아니라 그룹사와 외부 생태계에도 촘촘히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수많은 데이터를 책임지게 될 데이터센터 안산은 연면적 4만7378㎡에 달한다.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다. 4000개의 랙에 총 12만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으며, 데이터는 6EB(엑사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번 데이터센터 안산 소개에서 가장 강조된 점은 안전성이다. 카카오는 앞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전례 없던 먹통 사태를 겪었다. 카카오의 거의 모든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다. 카카오는 화재 후 5일이 지난 뒤에야 서비스의 모든 복구 완료를 선언했다. 카카오는 먹통 사태를 겪으며 당시 첫 삽을 떴던 데이터센터 안산의 설계를 원전부터 재검토했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과 서버에 전기를 최종적으로 공급하는 전 과정 △통신회사에서 서버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동기부터 서버실까지 냉수 공급망 등 운영설비를 모두 이중화했다. 일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복구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실제로 핵심이 되는 전산실 천장 위를 살펴보면 검은색과 회색으로 각기 구분된 2개의 전력공급망에서 서버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1곳이 아닌 변전소 2곳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전력을 즉시 공급받을 수 있는 예비 전력망을 갖췄다. 지하 1층에는 주전력 100% 용량에 해당하는 12대의 비상 발전기가 준비돼 있다. 정전이 되더라도 10시간 이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이후에도 주유를 통해 중단 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모든 자연재해 및 재난에도 대비했다. 지진 대응을 위해 특등급의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 이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설계 기준에 준하는 수준이다. 리히터 6.5이상의 강진을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안산 지역 최대 풍속을 감안해 28m/s의 강풍도 견딜 수 있도록 대비했다. 홍수 피해로부터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지상 1층 바닥을 주변 지표면보다 약 1.8미터가량 높여 설계했다. 서버와 배터리,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 주요 설비도 모두 지상층에 배치해 침수 가능성에 대비한 것도 특징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화재 대응 시스템이다. 앞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UPS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UPS는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있기에 화재 발생 시 진화가 어렵다.
카카오는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비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해당 시스템은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화재 대응 시스템은 총 4단계다. 배터리에서 화재 발생 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화재의 영향이 있는 배터리의 전원을 차단하고, 방염천 등으로 화재 전이를 막는다. 이후 단계적으로 소화 약제를 분사해 초기 진화를 시도하고, 방수천을 올려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분사해 발화 원천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서도 불이 꺼지지 않으면 소방서와 연계해 데이터센터 맞춤형 화재 진압을 하게 된다.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실제 실험 결과, 화재 발생 후 냉각수가 분사되기까지 약 4분 미만의 시간이 걸렸다”며 “리튬 이온 배터리가 완전 연소되기까지는 2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 동안 주변에는 불이 하나도 확신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안전성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을 설립하며 친환경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특히 물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 데이터센터 중에서는 드물게 물의 효율적인 사용을 평가하는 ‘물효율지수’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물효율지수를 높이기 위해 계절의 변화에 맞춰 3가지 모드로 운전하는 고효율 프리쿨링 냉각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빗물과 비상시를 위해 구비해두는 보충수는 조경용수, 소방용수 등으로 재사용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 대비 상하수도 비용을 약 98%까지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역 사회와의 소통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운영동과 전산동으로 나눠진다. 운영동의 경우 1, 2층은 외부에 개방했다. 2층의 경우 한양대 산학연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보안을 강조하는 데이터센터로서는 이례적이지만 전산동을 분리하며 보안 역시 고려했다. 향후에는 안산시민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안산시민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데이터센터의 안전성을 알릴 것”이라며 “보안이 제일 중요한 서버실을 제외하고 발전기실과 UPS실 투어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안요원이 동행하기에 보안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